난방비 아끼려다 참사…에너지바우처 강화 목소리

남원 단독주택화재로 노부부 사망 소방당국, 전열기기 발화로 추정 1년에 1번만 지원…경제적 부담 지원금액·횟수 확대 필요 지적

2024-01-03     이정은 기자

 

난방비가 크게 오르면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취약계층들의 경우 여전히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화재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일 오전 5시50분께 남원시 산동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주택에는 A씨 부부가 거주하고 있었다. 안방에서는 A씨(83)와 그의 아내 B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거동이 불편했고 B씨 또한 지적 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장애수당과 기초연금으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 부부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를 겹쳐 사용하고 있었다. 또 휴대용 가스버너가 안방에서 발견되면서 주로 안방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방당국은 합동 감식에 나선 가운데 난방용 전열 기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취약계층의 난방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전북도는 현재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는 하절기에는 전기요금 차감 지원, 동절기에는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중 하나를 선택해 요금 차감을 받거나 국민행복카드로 등유, LPG, 연탄 등의 구입비를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가정위탁보호 아동 포함) 등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연간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은 가구수에 따라 금액이 산정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1인 세대 14만9800원(하절기 3만1300원), 2인 20만5700원(하절기 4만6400원), 3인 29만2500원(하절기 6만6700원), 4인 이상 37만9600원(하절기 9만5200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하절기 또는 동절기 등 1년에 1번만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보니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계절에는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원금액 등 지원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이를 반영해 올해에는 1인가구 27만9500원, 2인가구는 38만1800원, 3인가구는 52만2600원, 4인 가구는 69만2700원으로 2배를 올렸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