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것

2023-07-24     전민일보

세상 종교는 언제부터 생겼고, 누가 만들었을까. 인간은 왜 종교에 집착하는가. 아마 종교의 역사도 사람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을 것이다. 원시적인 미개한 문명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숭배와 증거가 발견된다. 따라서 인간이 이 땅에 직립보행을 한 후부터 누구든 종교심이 없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종교의 탄생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기후 변화에 따른 유목 민족의 이동, 외로움과 고독, 죽음 등 인간 소외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가 종교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한다. 무엇보다 죽음이라는 절대 한계를 종교에 귀의해 넘어서자는 뜻에서 종교가 만들어졌다고 나는 믿고 싶다. 즉 죽음은 바로 종교의 존재 근거이다. 만약 죽음이 없으면 종교는 그 타당성을 상실할 것이다.

우리는 종교에 심취한 사람, 종교가 사회생활의 전부가 되다시피 한 사람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특히 거리에서 노방 전도하는 광경을 자주 목도한다. 이들은 거리에서 책상과 의자를 놓고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전도지와 사탕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에 의해 포교행위 자체는 보호받으나, 역시 상대방이 그 포교를 거부하는 것 또한 종교적 자유로 보호받아야 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 신앙심이 깊다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종교가 자신의 삶을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사람이 종교의 노예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전도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그것도 모자라 승합차에 확성기를 틀고 예수 믿으라고 소리 지르며 방송하고 다니는 사람들. 가정일은 뒷전이고 눈만 뜨면 예수믿으라고 미쳐 날뛰는 일부 광신도들의 공격적인 선교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성적 사고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심리가 지극히 부족한 사람들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사는 데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종교에 의해 철저히 지배받고 조정받는 타율적 인간들이다.

우리 사회는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도 많지만, 종교에 의해 소외되고 비인간화된 사람도 허다하다. 특히 목사의 탈선은 곧 교인들의 상처로 이어진다. 일부 목사들의 불륜, 횡령, 성범죄, 사기 등 범죄로 인해 구속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종교라는 것은 아무리 시작이 바로 섰다하더라도 그 지도자가 탈선할 때에 그 종교는 오히려 불행을 가져오게 된다.

종교의 노예가 된 사람들,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아무생각 없이 ‘순명(順命)’의 이름으로 복종하는 사람들, 마치 무슨 강박증에라도 걸린 듯 똑같은 종교 의례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종교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아무런 생각 없이 맹신하는 것을 신앙인양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진정한 신앙은 인간의 말을 신의 말씀으로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말씀에 비추어 인간의 온갖 편견과 거짓을 식별하고 고발하는 데 있다. 성경을 앵무새처럼 외우거나 심오한교리를 뜻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 혹은 그너머로 들리는 영적 메시지를 들으려는 것이 신앙이다.

잠시 신의 존재를 논해보자.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왜 우리는 항상 우리보다 더 큰 어떤 존재와 연결되기를 그토록 소망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놓고 종교학자, 철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들은 오랜 시대를 거쳐 열띤 논쟁을 벌여왔지만 명확한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연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 신은 누가 창조했을까? 그리고 그 신위의 신은 누가 창조했을까? 그 위에, 또 그 위에 이런 식이면 한도 끝도 없다. 기독교인들은 신, 즉 하나님은 원래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누가 만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기인되지도 창조되지도 않았다고. 하나님은 다른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끔 기인하신 분이라고. 하나님은 창조되지 않은 창조주로서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들을 창조하신 분이라고. 그러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종교란 본질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삶의 부조리, 사후 세계를 통한 구원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만 모든 종교는 세상의 여느 사회제도나 문화 현상처럼 우리 인간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