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인 첫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 출간

2023-03-16     김영무 기자

 

신이인의 첫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이 출간됐다. ‘완벽한 관리자이면서 특별한 난동꾼’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데뷔한 신이인은 2022년 문지문학상 후보로 선정되고 2022 ‘시소’ 프로젝트의 ‘여름의 시’에 꼽히는 등 신인임에도 평단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 왔다. 관리자와 난봉꾼이라는 모순된 수식어에 걸맞게, 신이인의 시에는 시 전체를 압도하는 이미지에 더해 그 바깥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잉여의 감정과 존재 들이 있다.

잘못된 장소에 불시착한 채로 시작하는 시들은 아름답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검은 머리 짐승’들을 얽히고설킨 채로 늘어놓고 그 엉망진창을 즐겁게 유희한다. 가볍게 뛰어넘고 일탈하는 시인의 시처럼 짐짓 태연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이 소개해 주고 싶은”(「머리말」) 신이인의 첫 번째 세계다.

원한 적 없던 선물이 도착했다. 지붕에 큰 구멍을 내며 떨어진 운석. 아무나 찾아와 뻥 뚫린 집 안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만 같은 어수선함이 지나가고, 나는 “악의라고는 한 톨도 없이” 지붕의 구멍 너머로 아름다운 야경을 본다. 뒤늦은 슬픔이 찾아오지만 나보다 먼저 우는 것은 거실에 드러누운 “회색 먼지 뭉치를 굳힌 것 같은” 운석이다. 나도 운석도 원한 적 없었던 불시착. 여기가 신이인의 시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불시착한 세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은 기다림이다. 해설에서 전승민 평론가가 말하듯, 시인은 “소외의 상황에서 슬픔으로 직진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자신의 고유한 실존적 양태의 일부로 돌출시킨다.” 화자는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기다린다. 그러다가 나의 이상함을 놀이하듯 꺼내 보이며 말한다. “이것이 나의 무기다”(「배교자의 시」) 이상하다며 소외된 상황, 서로가 낯선 지금 이 자리에서 시인은 너와 나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난장을 이것 봐, 하며 아무렇지 않게 보여 준다.김영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