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고통"...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주의보

SNS·유튜브 등에 무분별 유포 피해자·유족·시민 2차 피해 노출 영상 접근 자제·삭제 요구 목소리

2022-11-01     박민섭 기자

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참사 당시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일부 도민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와 유족의 경우 심각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참사 관련 영상 접근 자제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SNS와 유튜브 등에 ‘이태원 참사’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구급요원과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나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참혹한 현장 영상들이 남아있었다.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1일 현재까지도 당시 게시됐던 영상들은 여과없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 당시의 참혹한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접한 시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강제로라도 관련 자료들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 이모(36)씨는 “사고 당시 실시간으로 주로 이용하는 SNS에 영상이나 뉴스가 급속도로 퍼져 보게 됐다. 또래로 보이는 분들도 계셔 너무 충격이 컸다”며 “해당 영상을 본 뒤로 슬픈 마음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두통이 오는 등 평소와 다르게 몸과 마음이 이상했다. 저 같은 사람이 더 나오기 전에 자극적인 영상들은 지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양모(25)씨도 “새벽에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사고 관련해서는 소식으로만 들었지만 충격도 가시지 않은 나머지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영상들이 지인들의 SNS에 올라오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보게 됐다”며 “본 뒤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손도 떨리고 무서워졌다. 놀란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심호흡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참사 트라우마의 관한 내용의 글은 온라인상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사고 영상을 우연찮게 본 뒤로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아 너무 괴롭다”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더욱 생생하게 질 뿐이다. 나만 그렇냐.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냐”고 글을 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권호인 교수는 “실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사고 영상과 사진들이 인터넷 등에서 반복적으로 유출될 경우 좋지 않은 심리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기존에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분들은 더욱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규모의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고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람도 미디어와 멀어질 필요가 있고 주위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갖는 것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민섭 기자

※ 이태원 사고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분들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