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비극’ 없게…복지 사각지대 관심 시급

2022-08-28     이정은 기자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세모녀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물론 이들에 대한 지원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9장이나 되는 유서에는 '건강문제와 생활고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인 60대 여성 A씨와 40대인 두 딸은 각각 암과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또 생계를 유지하던 A씨의 남편과 아들 또한 2년 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세상에 남겨진 세 모녀에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지인이나 친척 또한 없었다.

사망 전 40여만 원의 월세도 제때 내지 못했으며, 건강보험료도 지난해 2월부터 체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월 1만 원대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면서도 긴급복지나 생계비 지원 등 또한 신청하지 않았다. 

현 거주지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지자체에서도 세 모녀의 상황을 알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선 2014년 송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도 지난 3월 김제의 한 주택에서 신변 비관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16일 김제시 신풍동의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당시 B씨는 다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오며 화를 모면했지만 B씨의 남편 C(70대)씨와 B씨의 남동생 3명은 결국 숨졌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와 경찰 조사 결과 이날 발생한 화재는 C씨의 신변 비관으로 인한 방화로 추정됐다.

C씨는 일정한 수입 등 직업이 없었고 몸이 쇠약해져 휠체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의 남동생 3명 또한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어 남동생 앞으로 매달 지급되던 장애수당 170만원과 B씨의 20~30만원 가량의 공공근로수당으로 5명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생활고에 시달리는 도민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라북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 건수는 11만3273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5만3730건, 2021년 5만9543건, 올해 6월 기준 3만3835건으로 총 14만7108건으로 나타났다.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발굴로만 끝나는 복지가 아닌 지원과 함께 예방·탈출을 위한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지속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도민들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주민등록이 안된 경우나 신청하지 못한 경우 확인이 되지 않아 이웃들의 신고나 현장 확인 등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굴된 도민들의 기초생활수급자 여부를 확인해 신청 등을 돕고 있다”며 “신청 대상이 아닐 경우 긴급복지생계지원금, 공공기관과 연계한 지원금 등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