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쓴 전북도청 광장 '도민 금단구역'

대대적 조경사업 이후 도민 발길 '뚝' 잔디밭 진입 막아 사실상 관상용 전락 리모델링 이전엔 매년 16만여명 이용 도심 속 힐링공간 조성사업 취지 무색

2022-08-10     윤동길 기자
전북도청

40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돼 전북도청 광장에 잔디밭이 조성됐지만, 정작 시민들의 휴식공간 보다는 관공서의 ‘권위의 징표’라도 되는 듯 ‘관상용’으로 관리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애완견들은 잔디밭을 뛰어놀 수 있지만, 시민들에게는 ‘금단의 장소’로 인식될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도청 광장 앞에서 열리는 각종 집회를 사전에 막기 위해 잔디광장 조성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낳고 있다.

잔디밭 조성 이전에는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었지만, 이제는 고층인 도청사를 위한 하나의 풍경으로만 전락해 버렸다. 

9일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도청광장 잔디 등 대규모 조경시설 조성사업에 총 43억9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잔디와 나무식재 등 조경 공사에만 39여억원, 한옥정자 건립 등 4여억원 등이 소요됐다.

도청광장 정비사업은 인도블럭으로 포장된 광장과 거의 이용되지 않는 분수대 등 이용률이 낮은 공간을 개선해 도민들이 좀 더 친숙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잔디광장 조성 이후 광장을 찾는 도민들이 현저히 줄었다. 

종전에 넓은 도청광장에서 일과시간 이후 생활체육 등 자녀들과 동반한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많았다.

도청광장은 지난 2005년 신축이전 후 잔디밭 조성 이전인 지난 2016년깐지 연중 도민에게 개방돼 매년 16만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에는 도청 서편에 마련된 작은 실개천과 복사열이 뜨거운 보도블록 광장만 도민들에게 개방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마저도 일과시간이나 각종 행사기간에는 대형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콘크리트 바닥재 등 보도블록 일색의 광장을 잔디밭으로 리모델링 해 도민들의 도심속 친숙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전북도의회 앞에 마련된 체육 활동을 위해 조성한 잔디광장은 경계줄이 설치돼 진입 자체가 수년째 차단된 상태이다. 

반면, 전주시는 전임 김승수 전주시장이 시청광장 앞 잔디밭에 다양한 어린이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하면서 일과시간 이후 많은 시민들이 자녀들과 휴식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대조를 이룬다.

도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도청 잔디광장 활용방안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북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도민을 위한 쉼터와 등 휴식공간이 아닌 공무원들을 위한 조경용으로만 관리되는 도청광장에 대한 활용방안을 민선8기 전북도정이 고심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주시민 최정훈씨(45)는 “청와대도 완전 개방하는 시대에 과거 권위주의적 시각으로 도청 잔디밭 광장이 관리되고 있어 씁쓸하다”면서 “현 상태에서 잔디밭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그늘이 없어 쉴 공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