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94명 무혈 입성...민의 대표성 자질 의문

지방선거 선출 인원 중 12% 차지 2002년 이후 20년만에 최다 인원 도의회 총 22명 무투표 당선 확정 도내 기초의원 29명도 단독 출마

2022-05-17     홍민희 기자

6·1지방선거 후보등록 결과 유권자들의 선택 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에 육박하면서 이들을 둘러싼 대표성 자질 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들이 유권자들과 충분한 접촉과 교감 없이 당선증을 받고 향후 의정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민의를 얼마나 수렴할지에 대해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등록을 모두 마감한 결과 전체 7616명의 후보가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 중 기초단체장 6명을 포함해 494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이는 전체 선출인원 4132명의 12%에 달하는 수치로, 2002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496명) 이후 20년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지역별로도 역대급 무투표 당선자들이 나왔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리적·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광주·전남에서도 이번 지선에 기초단체장 3명을 포함해 6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경기도 역시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가 48명이 나오면서 소수정당들의 진입이 차단된 선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4년전 지선에서 1명에 그쳤던 것에 반해 22배가 증가한 22명이 무투표 당선되면서 지역 내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역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51명이다. 이 중 도의회에서만 22명이 의회 무혈입성을 확정 지었으며, 기초의원 가운데서도 29명이 단독 출마해 무난한 당선을 약속 받았다.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무투표 당선자 비율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전주시 광역의원 출마자 12명 중 무려 10명이 무투표 당선자다. 고작 두곳의 지역구에서만 유권자들에게 선택받을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무투표 당선자들을 향한 우려는 지방선거가 치러질 때 마다 홍역처럼 앓는 문제였지만, 이번 지선의 경우 무투표 당선자들의 규모나 범위 모두 이전 기록을 넘어섰기 때문에 유독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진 지역은 특정정당이 독점하는 지역들이 대부분이어서 가뜩이나 선택폭이 좁은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은 다양한 후보들을 가늠할 기회조차 허무하게 뺏긴 모양새다. 

이러다보니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일꾼을 자신의 손으로 뽑는 정치적 효능감을 상실한 채 향후 이들이 만들어갈 지역의제에도 덩달아 관심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된다면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전북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다당제를 통한 건강한 경쟁을 만들수 있는 장치를 의도적으로라도 고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