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정신병 사이에서 중독자와 함께하는 한편의 인문학 '중독' 출간

2022-02-15     김영무 기자

 

나를 살리는 게 나를 죽인다. 스마트폰중독, 쇼핑중독, 알코올중독…약간 지나친 의존일까, 심각한 비정상일까? 중독을 부추기는 혼란한 세계와 쾌락이 필요한 힘겨운 인생 속에서 우리가 뭘 선택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몰입과 산만, 자유와 정신병 사이에서 중독자와 함께하는 한편의 인문학 '중독'이 출간됐다.

‘중독’은 스마트폰중독에서 시작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한 주 주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1.9시간이고 한국의 만 3세 이상 인구 91.1퍼센트가 스마트폰 이용자다. 이 기계를 처음 손에 잡은 최초의 시간 이후로 어느 날 사람들은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을 느끼고,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반복하게 된다…이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중독이 뭔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중독 설계를 파헤치는 책, 중독의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사이에서 인문잡지 '한편'은 중독에 관해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의미를 탐구한다. 여성학, 인류학, 퀴어 연구, 임상심리학, 장애학, 문헌학, 지리학에서 경영과 음악평론, 번역에 이르기까지 열 편을 실었다.

무력한 중독자로 환원되지 않는 온라인상의 실제 사람들을 만난 여성학 연구자 김지효는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에서 거울을 앞에 두고 혼자 자아도취된 젊은 여자라는 이미지를 격파한다. 최근 유행하는 인생샷 찍기는 동료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또래문화로, 사진을 보는 관객들이 거들어 온 관심 경제의 일부다. 사진을 올렸으면 무슨 평가든 감당하라는 식의 주시자들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글이다.

음악평론가 김민주는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에서 힙합 그룹 에픽하이 팬으로서 평론가가 되었다는 성덕(성공한 덕후) 이야기를 펼친다. 인터넷중독을 우려하는 어른들은 오프라인 세계의 고통을 감싸 안는 온라인의 삶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의사소통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디지털미디어 사용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은 리스펙을 부른다. 셀카중독과 미디어중독이라는 명명이 사실 잘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방식에 불과했음을 드러내는 두 편이다.김영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