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윤여정 아카데미 상과 고령화 시대 사는 법

컬럼니스트 박대석

2021-04-30     이민영 기자
컬럼니스트

고령화 시대이다. 고령 인구로 분류되는 한국의 65세 이상은 현재 707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4% 수준이나 2037년이 되면 30%를 훌쩍 넘게 된다. 2018년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명이다. 이 추세면 2100년에는 인구 2천만 명이 되고 인구 감소로 고통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5세 미만 유소년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령인구비율, 이른바 노령화지수는 121이 넘고 2045년에는 300 가까이 될 것이다. 유소년 1명이 노인 3명을 부양할 상황이 오는 인구절벽·고령화가 현실이 된다.

한국 남성 기대수명은 79.7년으로 여성의 85.7년보다 6년이나 짧다. 여성이 오래 사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보다 생체 보호 기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스트로겐은 항염증, 항산화 기능과 면역증진 기능이 있고 지방의 피하 축적으로 신체 구조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또 매달 월경이 체내 철분을 감소시켜 철분에 의한 유해산소 발생을 억제해 장수에 도움을 주고 X염색체가 쌍으로 있어서 DNA 손상 시 남성보다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 서비스가 좋아져 이순(耳順)의 환갑나이는 청년이고 고희(古稀) 칠십이나 되어야 장년 대접받는 세상이다. 사람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태어난다. 두 눈으로 바로 보고 두 귀로 바로 듣고 두 코로 냄새를 판단하고 입으로는 바른 소리를 내고 두 구멍으로는 대소변을 원활하게 배설해야 한다. 이 아홉 개 구멍의 이치를 안 나이 70을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 하여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한 여인이 적어 준 밀의사(蜜蟻絲) 덕분에 구슬을 다 꿰고 얻은 깨우침이었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들은 사람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한다. 병원 침대에 누워본 사람은 실감하는 말이다. 또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친구나 배우자 등 가까이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고독은 죽음만큼 고통스럽다. 웰빙 (well-being)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잘 죽는 웰다잉 (well dying)이다. 살던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족 손을 잡고 잠들 듯이 눈을 감는 것이 최상의 임종이다.

노인이 되면 더욱 중요해지는 건강, 친구, 가족, 멋지게 죽는 것, 이 모든 것이 돈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을 통하여 사회활동, 창의성 발휘 등 삶의 의미도 누리고 필요한 돈도 벌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저임금·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양산되고, 연주 멤버를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형태의 단기 아르바이트 직업이 주가 되는 긱 잡(gig job) 시대이다.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 상태이고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것이 사치가 되는 세상에 노인 일자리는 언감생심일 수 있다.

26일 한국 배우 최초로 윤여정 씨가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윤여정 수상자는 74세이다. 19살 나이에 연극을 시작하여 55년 동안 같은 직업에 종사하였다. 그의 수상 자체도 경사이지만 고령화 시대 노인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각자 치열하게 살아온 각자의 경험을 멀리한 채 다른 모습으로 여생을 보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잘하고 좋아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노후대책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