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이 흙탕물로 쑥대밭이 됐는데 막막합니다”

2020-08-10     장세진 기자

“삶의 터전이 흙탕물로 쑥대밭이 됐는데 막막합니다”

10일 오전 전주 전미동 주민 김모(58)씨는 흙탕물에 젖은 이불을 집 밖으로 꺼내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지난 7일 밤, 집 안에 물이 마구 들이닥치자 옷가지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몸만 겨우 대피했다.

지난 7~8일 전주에 최대 356mm의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전미동 일대 천변이 범람해 인근 마을을 덮쳤다.

이에 송천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하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미산마을과 신미산마을 주민 65명을 인근 용소중학교로 긴급 대피시켰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마을의 풍경은 참혹했다.

고철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인근 공장에선 폐기물이 폭격을 맞은 듯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인근 주민들은 난장판이 된 집 내부를 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틀간 계속된 폭우로 잠겨버린 삶의 터전 앞에서 김씨는 망연자실한 심정이었다.

김씨는 “갑자기 물이 들어와 잠옷 그대로 뛰쳐나와 대피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식기에는 찌꺼기가 떠다니고, 바닥은 흙탕물이 내려앉아 축축해서 앉을 수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난 2009년에는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해 물이 허리까지 찼다”며 “반복되는 침수에도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또 다시 빗줄기가 굵어질 것으로 예측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또 다른 주민 임모(77)씨는 “비가 오면 그저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기만을 기도할 뿐”이라며 “지자체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해당 지역에 대해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 인근 하천에 펌프시설을 설치했으며 현재 2차 공사 진행 중”이라며 “주민의 안전을 위해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장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