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폭탄에 잠긴 논밭.. 흙탕물에 애타는 농심

2020-07-13     장세진 기자

“물에 잠긴 논을 보면 참담합니다”

30년간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최모(77)씨는 흙탕물로 가득 찬 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13일 정오께 익산시 황등면 일대 농경지는 저수지인지 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최씨는 “이곳은 비가 100mm이상 오면 무조건 물에 잠긴다”며 “매년 반복되는 침수피해를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워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물이 가득 차 펌프질을 할 수도 없고 자연배수 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루 안에 물이 빠져야 벼가 사는데 물이 빠지지 않아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매해 반복되는 피해에도 관계기관에서는 상습침수 예방을 위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해 농어촌공사에서 배수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곳 농민들의 설명이다.

농어촌공사 익사지사에 따르면 집중 호우시 논의 물을 하천으로 뺄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부터 340억여원을 들여 배수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오는 2025년 배수로 공사가 완료되면 장마철 침수피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 농민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다.

농민들은 “이 일대는 비가 오면 논보다 하천의 수위가 더 높아지기 일쑤다”며 “하천이 논보다 더 범람하는데 하천으로 논의 물을 빼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배수로 공사가 아니라 군산에 위치한 하천 하류를 정비하는 공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익산시 역시 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배수로 공사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민 정모(61)씨는 “군산에 위치한 하천 하류에서 물이 원활하게 빠져야 하는데 하류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익산에서만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지자체는 자기 소관이 아닌 곳이라고 책임 회피만 하지 말고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