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기댄 랜덤채팅앱 디지털 성범죄 창구 전락

2020-07-07     김명수 기자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랜덤채팅이 성범죄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랜덤채팅앱은 성별과 출생연도, 지역 등을 허위로 입력해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어 청소년 성매매 범행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사용 인증 절차도 일반 채팅 앱보다 더 허술한 수준에 그쳐 미성년자의 접근도 용이한 편이다. 

지난달 1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건만남 경험자 10명 중 9명(87.2%)은 채팅앱(46.2%)이나 랜덤채팅앱(33.3%), 채팅 사이트(7.7%) 등을 통해 불특정 상대방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채팅앱의 경우 가입절차가 단순한데다 익명성까지 보장되다보니 각종 범죄에 끊임없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서도 연쇄살인범인 최신종이 두 번째로 살해한 여성 역시 랜덤채팅앱을 통해서였고, 여장사진을 올려 숙박업소로 남성을 유인해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10대 5명도 랜덤채팅앱을 통해서였다. 

이 같은 랜덤채팅은 심각한 디지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박사방 조주빈도 피해자를 끌어 모은 것이 랜덤채팅이다. 

이 같은 랜덤채팅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자 손정우(24) 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한 판사에 대한 대법관 자격박탈 청원은 하루만에 30만 명을 넘어섰고, 사법당국의 신상공개 결정과는 무관하게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한 ‘디지털 교도소’가 등장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여가부는 “앱 자체가 유해한 것이 아니라 범죄가 유해한 것”이라는 입장에서 최근 n번방 등 각종 사건이 터지자 ‘랜덤채팅 앱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관련 고시안을 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앱을 이용한 무분별한 성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생산자, 유포자는 물론 가담, 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해 엄정대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도내에서 적발된 디지털 성범죄는 208건에 이른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