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코로나19 여파 하도급 저가투찰 '심각'

-아파트 등 대형건설현장, 공종별 6~7개 업체 대상 입찰경쟁 실시해 초저가 유도 -이 같은 사례 도내 공사현장 곳곳에서 빈번 -전문건설업체, 공사물량 확보 위해 저가투찰...건설현장 고령화나 산업재해의 원인

2020-06-09     왕영관 기자
기록적인

“건설현장에서 만연 시 되고 있는 저가하도급이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을 사지로 몰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문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하도급 저가투찰이 비일비재해 업계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종합건설업체와 협력관계에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설계가에도 못 미치는 저가 하도급계약을 체결, 부담을 떠안는 일이 일반화 되고 있다는 것.

8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외지 건설업체의 아파트 공사에 참여한 지역 전문업체 가운데 공사수주 후, 공정률 20%만에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업체는 설계가의 60~70% 수준의 저가하도급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같은 사례는 일감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도내 공사현장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종별로 6~7개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경쟁을 실시, 초저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하도급 공사금액 수준이 원도급 공사금액의 50%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공공공사가 34.7%였고, 민간 공사가 32.4%다. 특히 저가 투찰로 의심할 수 있는 공사금액 80% 이하 구간은 공공공사가 47.2%, 민간공사가 43.6%였다.

원도급 공사금액 대비 하도급 공사금액의 평균비율은 공공이 59.1%, 민간이 64.0%였다. 

저가 투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공사물량 확보’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연고권 확보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36.5%, ‘고정운영비 확보’와 ‘경쟁자가 많아서’라는 답변도 각각 24.2%와 27.2%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저가 투찰로 생기는 손실은 인건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으로 만회하고 있어 건설현장 고령화나 산업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저가투찰한 전문건설사는 손실보전 방법이 ▲인건비 절감(21.7%) ▲공기단축(19.8%) ▲자재비 절감(14.3%) 등이라고 답했다. 무리한 공기단축과 자재비 절감은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공사 품질 저하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는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485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수주난이 심화하면서 건설업계의 ‘갑’의 위치에 있는 종합건설사(원청)와의 관계 유지와 회사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저가로 공사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저가 투찰은 건설현장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제값 받고 일하는 시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업계와 발주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영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