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화장 어디서 해야 하나요” 윤달 맞아 예약 폭증

2020-05-18     장세진 기자

전주에 사는 이모(37)씨는 요즘 매일 밤 자정마다 치열한 ‘클릭전쟁’을 치르고 있다.

윤달을 맞아 조상의 묘를 개장해 화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화장터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통.

화장터 예약은 희망하는 날로부터 한 달 전 자정부터 가능하다. 이씨는 이를 위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총 동원했지만 몇 초가 되지 않아 모든 예약이 마감되기 일쑤다.

그는 “윤달에 꼭 화장을 해야 하는데 예약이 콘서트 티켓팅보다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3년만의 윤달을 맞아 현재 도내 다섯 군데의 화장터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개장유골 화장은 묘에 있는 유골을 꺼내 화장하는 것으로, 예부터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러한 풍습 때문에 윤달에는 화장 수요가 평소의 8배 이상 폭증한다.

전주시 승화원은 화장 수용량을 평상시 1일 8기에서 윤달기간 30기까지 늘렸고, 군산시 승화원도 최대 30기로 늘린 상태다.

익산시 정수원도 개장유골 화장신청이 하루 평균 3~4건 들어왔지만 윤달기간에는 최대 24기 수용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밖에 남원시 승화원 역시 하루에 1~2기 수용하던 개장유골을 현재 25기까지 받고 있으며 정읍 서남권추모공원도 일일 수용량을 40기까지 늘렸지만 쏟아지는 예약에는 역부족이다.

이 중 전주시 승화원, 익산시 정수원, 정읍 서남권추모공원 등 세 곳은 온라인(e-하늘장사시스템)으로만 예약을 받고 있다. 방문·전화접수가 가능한 곳은 군산과 남원 승화원 뿐이다.

익산시 정수원 관계자는 “젊은 자녀들이 대부분 외지에서 생활해 벌초 등 묘지 관리가 힘들다”며 “2010년 이후 화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나이 드신 분들은 묘지 관리를 힘들어해 유골을 개장해 화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