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눌러야 내가 산다

한국-스위스전 포지션별 경쟁 눈길

2006-06-22     김민수

국민적 열망을 실어 너울대는 붉은 물결도 같고 이름값있는 스타보다는 11명의 조직력과 체력을 앞세우는 축구 스타일도 유사하다. 비교하면 비교할 수록 비슷한 부분이 더 많이 겹쳐지는 한국과 스위스는 그라운드에 나서는 11명의 선수들을 나열해봐도 자연스레 매치업이 형성된다. 단순히 ‘누가 누가 잘하나?’식의 포스(Force) 비교를 떠나 마주하는 선수간 인연까지 버무러지면 대립각은 더 날이 선다.

◇박지성 vs 바르네타

‘축구는 11명이 한다’는 일반론을 비켜가는 ‘키플레이어’는 어느 팀이든 있게 마련이다. 특정 스타를 내세우는 팀은 아닐지라도 한국과 스위스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바르네타(바이어 레버쿠젠)의 이름에 크게 의존한다. 이미 G조리그에서 진가도 떨쳤다. 박지성이 프랑스전에서 경기 종료 9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면 바르네타는 토고전에서 종료 2분을 남기고 두번째 골을 터뜨려 팀을 16강행을 위한 절대 유리한 고지로 이끌었다. 결정적일 때 뭔가를 보여주는 스타로서의 기질은 충분하다. 이같은 자질이 포지션을 못박지 않은 폭넓은 활동폭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남일 vs 포겔

어떤 전형이든 중심을 잡아주는 ‘키맨’은 있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맡는 자, 그러면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은 숨은 일꾼. 김남일(수원)과 포겔(AC밀란)은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중책으로 서로 경쟁한다. 김남일이 우직함과 터프함으로 선수단내에서도 카리스마를 떨치는 것과 비슷하게 포겔은 ‘젊음’을 모토로 하는 스위스 대표팀에서 풍부한 경험과 연륜으로 분위기를 다잡는 역을 수행한다.

◇안정환 vs 프라이

골로 말하라는 골잡이의 숙명을 안고 사는 공격 첨병. 그러나 스타일은 다르다. 안정환(뒤스부르크)은 반박자 빠른 슛이 강점이라면 프라이(렌느)는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포스트 플레이가 뛰어난 ‘타깃맨’으로서 강점을 띤다. 올시즌까지 프랑스리그에서 서로 마주한 적이 있다. 프랑스리그에서는 프라이가 빛났다면 월드컵 등 큰 대회서는 안정환이 더 알려졌다. 프라이는 2004~2005시즌 프랑스리그 득점왕 출신으로다음 시즌 도르트문트 이적이 사실상 결정됐다. 유로2004 잉글랜드전에서 제라드에게 침을 뱉어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등 악행으로도 유명하다.

◇이영표 vs 마냉

왼쪽 주전 풀백으로 같은 위치에 서지만 쓰임새는 좀 차이가 있다.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며 비밀병기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마냉(슈투트가르트)은 왼발 킥력이 좋아 크로스는 물론이고 세트 플레이에서 발군의 능력을 떨치고 있다. 이영표(토튼햄)는 재치있는 경기운영과 발재간을 통해 문전 깊숙이 침투해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운재 vs 추버뷜러

거미손을 자랑하는 철벽 수문장. 이운재(수원)는 스위스전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골키퍼로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출장)에 가입한다. 2002월드컵을 통해 대외적으로 그의 진가는 이미 두루 인정을 받았다. 추버뷜러(바젤)는 35세로 스위스내 최고령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비 지휘가 장기. G조리그 프랑스, 토고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