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에 가슴졸이는 선수들

2006-06-21     김민수

징계 위기에 몰려 가슴을 졸이는 선수들이 있다. 팔꿈치를 잘못 놀려,또는 심판이나 감독에게 대든 뒤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그들의 이름은 ‘위기의 남자’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선처 해 주세요, 제발.”

이탈리아 데 로시는 21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에 서한을 보내 “나의 실수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전세계 축구 선수의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서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공개적인 반성의 뜻을 밝혔다. 로시는 지난 18일 카이저스라우테른에서 열린 미국전에서 브라이언 맥브라이드를 팔꿈치로 가격한 뒤 퇴장당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던 주인공. FIFA는 23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로시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인데 여차하면 6경기 출장금지가 예상된다. 이탈리아가 결승에 진출한다고 해도 로시에게는 사실상 ‘월드컵 끝’을 의미하는 중징계다. 사과 편지에 FIFA가 어떻게 반응할까.

◇감독에게 대든 뒤 자국 징계 위험에 몰린 카리미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공격수로 활약 중인 이란 알리 카리미는 지난 17일 포르투갈전에서 후반 19분 교체아웃된 뒤 가방을 집어던지며 감독이 자신을 뺀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의 마음이 편할리 없을 터. 이반코비치 감독은 앙골라전에 그의 투입 여부를 고심할 정도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월드컵이 끝나면 이란으로 돌아가 그의 징계를 논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큐얼

호주 해리 큐얼은 19일 브라질전에서 2-0으로 패한 뒤 독일인 주심 마르쿠수 메르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해 위기에 몰렸다. 본인은 물론 호주 축구협회까지 나서 사과의 뜻을 전했고, 결국 FIFA는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판정, 크로아티아전(23일) 출장을 허용키로 했다. ‘죽었다 살아난’ 큐얼은 ‘자고로 남자는 손을 잘 놀려야 한다’는 말을 새삼 깨달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