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끊이지 않는 분노범죄

2018-06-19     김명수 기자
최근 사소한 시비에서 출발해 살인이나 방화까지 이어지는 분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분노 범죄의 대상은 일면식도 없는 경우도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 17일 33명의 사상자를 낸 군산 유흥주점 방화사건도 불을 지른 이유가 ‘술값 시비’로 밝혀졌다.
이날 방화를 저지른 이모(55)씨는 지난 16일과 17일 술집 주인과 만나 외상값을 갚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고, 분이 풀리지 않은 이씨는 이날 오후 8시께 인화물질을 담은 20리터들이 기름통을 들고 A씨의 주점을 다시 찾아갔다.
 
이씨는 주점 앞 한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9시 53분께 인화물질을 주점 바닥에 쏟아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 결과, 주점 안에 있던 손님 3명이 숨졌고 30명은 화상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부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주인과 다툼 끝에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욱해서 저지른 방화로 아무 상관없는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앞선 지난달 1일 김제에서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했다는 이유로 목검으로 장애인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지체장애 4급 A(41)씨는 김제의 한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길가에 서있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시끄럽다”고 항의했다.
 
이에 격분한 장모(47)씨 등 2명이 차량 안에 있던 목검을 꺼내 A씨에게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들 모두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했고 A씨는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한 A씨는 이날 오후 8시14분께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000건 중 우발적 범죄 또는 현실 불만 관련 범죄가 14만8000건으로 41.3%를 차지하고 있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가운데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인 범죄는 403건으로 집계됐다. 10건 중 4건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로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꼽는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남에 대한 배려도 줄어들고 있고,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사람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술에 대한 통제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이런 분노조절장애 범죄의 원인 중 하나다. 
 
경찰관계자는 "이러한 사회적 불만이나 분노 관련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기에 앞서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세심한 관심이나 치료 및 관리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