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웬 장승이? 도심 흉물 ‘닭발 가로수’

2018-03-25     김명수 기자
봄철 가로수 정비사업이 시작된 가운데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최근 서신동 390주와 삼천동 570주의 버즘나무(플라타너스)에 대해 가지치기를 해 나무기둥만 남겨두고 가지를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가지를 잘라내면서 오히려 가로수가 도심경관을 저해하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3일 전주서일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가로수들은 가지가 다 잘려있었다.
 
일부 가로수들은 몸통만 남아 흡사 ‘장승’을 연상케 했다.
 
관광객 이모(31)씨는 “처음에는 무슨 통나무를 땅에 박아놓은 줄 알았다”며 “무슨 가지치기를 저렇게 하는지 너무 흉측하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모(24)씨도 “여름에는 그늘의 역할을 해주던 가로수가 요즘은 나무가 자랄만 하면 가지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상가 간판을 가린다고 저렇게 가지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보기에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도로 안전시설과 전송·통신시설물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지치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인근 상점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무리한 가지치기가 진행되면서 대기오염 완화와 여름철 그늘 조성 등 가로수 기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버즘나무 가지치기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은 실정이다.
 
실제 이 나무는 봄이 되면 금방 자라나 잎이 무성해진다.
 
무성한 잎에서 나방 등 벌레가 많이 살아 근처 상가의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서신동 서일초등학교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이모(58)씨는 “버즘나무는 여름철이 되면 애벌레가 길가에 많이 떨어져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가지치기를 잘 해놔야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버즘나무는 속성으로 자라는 나무라서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진다”며 “무성한 잎에서 흰불나방애벌레 등이 길가에 자꾸 떨어지다 보니 과도하게 가지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가지치기 사업은 애벌레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 안전문제와도 연관성이 크다.
 
도로변에 있는 버즘나무가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 관로 때문에 뿌리를 뻗지 못하고, 위로만 웃자라면서 강한 비바람에 쓰러지는 취약함을 보인다.
 
또 무성한 버즘나무 잎으로 인해 가로등과 교통표지판이 가려져 사고 위험이 생기고, 고압선에 닿아 합선 등의 위험요소가 생긴다.
 
이 때문에 봄철을 맞아 구청과 한국전력에서 고압선 인근에 있는 버즘나무 가지치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해 버즘나무 가지치기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며 “보기 흉하지 않도록 수형을 잡으면서 가지치기를 해 나가겠다”고 시민들의 양해를 당부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