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식탁에 올라’...설 앞두고 불안

안심먹거리 위한 '축산물이력제'에 구멍

2018-02-08     이지선 기자
축산업계 대목인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병든 소를 버젓이 도축·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 수도 없는 소가 식탁에 오르는 동안 지자체와 검역 당국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해 '축산물 이력제'에 뚫린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축산물 이력제는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위해 마련된 제도다.
 
육우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해 원산지 허위표시나 둔갑판매 등이 방지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판매되는 육우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 해 볼 수 있어 안심구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축산업자와 유통책, 소매점 주인 등 단계별 관계자 모두가 범행을 공모하자 ‘축산물 이력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병든 소가 죽고 나면 비용을 들여 폐기처분해야하는 축산업자는 죽기직전 소를 헐값에 넘기면서 수십만원을 오히려 얻을 수 있고, 유통업자와 소매점 주인 등도 시가보다 훨씬 싸게 육우를 구입할 수 있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통업자 김모(3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병든 소와 도축 장소를 제공한 정모(54)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병든 소 10마리를 헐값에 매입해 완주군 고산면의 한 농장에서 몰래 도축한 뒤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인 이들은 병든 소를 1마리당 30만~60만원에 사들인 뒤 정상 고기와 섞어 정육점이나 음식점 등에 납품했다.
 
정상 한우는 통상 1마리당 600만~8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소를 도축하려면 허가받은 시설에서 브루셀라·구제역 등 질병과 거동상태, 호흡 등을 확인하는 생체검사를 거쳐야 한다.
 
도축장에서 24시간 동안 지켜본 뒤 도축검사관의 합격 판정을 받은 소만이 도축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주저앉은 소'는 원칙적으로 도축과 유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농장 한켠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송아지 출산 중 주저앉거나 폐렴 등 질병에 걸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소를 사들여 도축했다.
 
이 같이 불법으로 도축된 병든 소의 고기는 전주와 군산 등의 정육점과 음식점으로 유통됐다.
 
농장주들은 관할 축협에 '갑자기 소가 죽었다'며 폐사 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저앉은 소를 도축업자에게 팔아넘겼다.
 
정육점과 음식점 주인들은 불법 도축된 소인 줄 알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현혹돼 납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확인된 불법 유통 소는 10마리이지만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불법 도축과 유통 사례를 색출해 안전한 먹거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