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리어카는 다 어디로 갔나

2018-02-06     이지선 기자

몰아닥친 ‘북극 한파’에 전북이 꽁꽁 얼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길을 가다 만난 군고구마 리어카는 얼마나 반가운가.
 
군고구마 장수가 통 속에서 막 꺼내준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뚝 자르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노란 속살이 나온다.
 
껍질을 벗겨 호호 불어가며 먹는 군고구마는 추운 겨울을 대표하는 길거리 간식이다.
 
하지만 요즘 길거리에서는 군고구마 리어카를 찾기가 어려워져 이런 행복을 느끼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동네 곳곳 따뜻한 온기와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군고구마 리어카는 왜 사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원재료인 고구마 값이 크게 오른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5일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통계에 따르면 현재 고구마 10㎏의 도매가격은 3만3000원으로 평년(2013~2017년) 가격인 2만267원에 비해 무려 62.8%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 2만5000원과 비교해 봐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기록적 가뭄으로 고구마의 작황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저장량도 크게 줄면서 고구마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공되지 않은 신선고구마는 수입이 금지돼 외국산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고구마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거기다 편의점, 카페 심지어는 음식점에서까지 군고구마 판매에 가세하면서 군고구마 장수들이 설자리가 줄어들었다.
 
실제 몇몇 편의점에서는 직접 구운 군고구마를 1500원에 팔고 있으며, 일부 카페에서도 크기에 따라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에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
 
또 경영난에 시달리는 식당 등에서도 가게 한 켠에 ‘추억의 군고구마’라는 푯말을 걸고 이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장작, 가스 등 연료비 상승도 군고구마 장수들을 거리에서 내몬 이유다.
 
군고구마 리어카는 불을 피우는 재료에 따라 땔감용과 LPG용으로 나뉘는데 보통 30만원 전후의 가격 선에서 판매되지만 땔감용이 LPG용에 비해 5만원가량 저렴하다.
 
땔감용 리어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인근 공사장이나 목공소 등에서 남은 목재 등을 싸게 얻어 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 반면 LPG용은 20㎏ LPG가스(4만원)을 추가 구매해야한다.
 
이외에도 군고구마 직화 냄비 보급을 비롯해 와플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 증가, 겨울철 실외 아르바이트 기피 현상, 포장기술 발달로 인한 고구마 백화점·편의점 진출, 노점상 단속 강화 등도 다른 원인으로 거론된다.
 
전주시 송천동에 거주하는 이기영(45)씨는 “어릴 때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시던 군고구마가 문득 떠올라 아들에게 사다주려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 결국 인터넷에서 본 군고구마 판매 카페에 오게 됐다”면서 “추억의 군고구마 리어카가 다시 동네로 곳곳에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