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현대미술 의외로 심플하게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2017-07-05     박해정 기자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오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의외로 심플한 현대미술’전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재기발랄한 미술가 15명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현대미술 작품 84점을 만날 수 있다.

김재각은 어린 시절에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여러 가지 형상들을 찾았다. 수많은 선이 모여 면과 덩어리를 이루고 투과성과 중첩으로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노재림의 동전은 부패와 경제 권력의 상징이고, 글라스는 투명성을 의미한다. 미술가는 돈보다 희망과 치유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문민은 어느 철공장에서 20년간 일하던 가장의 망치를 활용했다.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다.

박성란은 그리기와 지우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버려진 것들을 콘테로 그렸다. 왜곡된 흔적들은 현대인들의 욕망, 집착, 탐욕 등을 포함한 현실의 조합이다.

박찬국의 궤적 드로잉은 캔버스 위에 유한한 존재의 반복적 운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서로 충돌하면서 움직이는 원형적 형태를 통해서 절대 완벽하지 않은 모든 사물의 우연성을 이야기한다.

배수영은 버려진 폐기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인연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서완호는 비닐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고독과 소외, 서로가 서로에게 폐쇄적인 현시대를 사는 우리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서웅주의 작업은 평면인 캔버스가 구겨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줄무늬 색과 배경색의 구분을 통해 심리적 판단과정에서의 선입견을 꼬집고 있다.

유용상은 일회용 종이컵과 여성 혹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립스틱 자국의 미묘한 만남으로 현대인들의 일회적인 사랑과 순간적 욕망에 담겨있는 영원성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윤민섭은 플라스틱 막대를 구부리고, 절단하고, 접합해서 만들었다. 하나씩 설치해 가다 보면 텅 비어있던 공간은 어느덧 원더랜드가 돼 관람자를 맞이한다.

임희성은 투명한 재료인 비닐에 흔적을 남기고 6~10번 겹쳐서 새로운 산수화를 구현했다. 가족 모습에는 산수의 공간과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정지필은 젊은 사진가로서 생활을 위해 사진기술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의 주머니 속 동전을 사진기술과 지식을 동원해서 아름답게 찍고 있다.

차건우는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의 형상을 살찐 쥐로 의인화했다. 살찐 쥐는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고위층을 상징하며 끌려가는 쥐들은 권력층에게 아첨하며 따르는 무리다.

최원석의 ‘외로운 조지’는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던 마지막 육지 거북이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고대 생물체 같은 모습으로 150년을 살았다. 관계된 모든 것이 사라진 상황에서 수명까지 길다면 그보다 더한 저주가 어디 있겠는가.

최태훈의 조각은 집적된 노동과 시간의 산물로 철이라는 차갑고 딱딱한 재료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감각의 결정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현시대가 불확정성과 모호함으로 치장된 시대이므로 탈 맥락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미술은 그 요구들을 수용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현대미술은 편견이나 상식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의외로 심플하다”고 설명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