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보했는지 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고생들

경찰, 교사 성추행 학생 명단 학교측에 넘겨 2차피해 우려

2017-06-27     최정규 기자

부안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 교사가 학생들 수십명을 성추행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 학생 명단을 학교 측에 넘겨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7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학생들은 지난 2일 체육 교사 A(51)씨의 성추행 사실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조사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적은 학생은 25명에 달했다.

문제는 이 내용을 적은 학생 명단을 지난 15일 학교장에게 경찰이 통보했다는 것. 이에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불이익과 해코지를 당할까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 평가 점수와 학생생활기록부 등을 볼모로 교사가 학생을 협박했다는 진술이 나올 정도로 학교가 부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A학생은 "교장, 교감 선생님은 '성추행 진술 학생의 명단을 갖고 있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며 "수시로 거짓말을 하는 교사들 손에 넘어간 명단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조치가 성폭력 범죄 발생 시 피해자가 받게 될 '2차 피해' 방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경찰관계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다”며 “학생들이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