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주차장 전세낸 얌체족들

장기 주차 차량 늘어 골머리

2017-06-15     최정규 기자

“모두가 사용하는 주차공간에 너무도 오랫동안 방치해놓네요”

15일 전주시 덕진구 한 무료공영주차장. 주차공간에 차량이 가득히 주차되어 있다. 비좁은 주차공간도 모자라 이중주차까지 되어있기도 했다. 순간 한 차량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니 차량 앞 부분에는 새들의 배설물이 굳은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차량 내부는 수북한 먼지가 쌓여있었다. 차량 앞 조수석에는 겨울에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패딩 점퍼가 그대로 있었으며, 쓰다만 로션통은 뜨거운 날씨에 팽창해 있다.

조수석 사이드미러는 반쯤 접혀있었다. 차량 아래쪽을 살펴보니 흙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했다. 연락을 시도하려 차량 앞 유리를 살펴보았지만 연락처는 보이지 않았다.

인근 상가의 관계자는 “저 차량은 3개월 전부터 주차가 되어 있었다”면서 “차량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의 또다른 공영주차장도 마찬가지. 이 곳에는 몇일 전 무단방치차량 10여대가 있었다. 인근 한 시민의 신고로 인해 최근 견인조치 했다.

한 시민은 “얼마전 14대가 견인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견인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차량들이다”고 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던 한 시민은 “주차를 할 곳도 부족한데 저렇게 방치된 차량이 있으면 솔직히 화가난다”며 “시는 관리를 하지 않고 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에 장기주차하는 ‘얌체족’이 늘고 있다.

전주에는 무료 주차장이 62개소가 있다. 하지만 요금이 무료라는 것을 악용해 오랫동안 주차공간을 차지하는 얌체족들 때문에 관리기관이 애를 먹고있는 실정이다.

덕진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견인 의뢰’는 100여대, 견인조치된 차량은 75대에 달한다. 올해 벌써 55대가 견인의뢰가 들어왔고 25대가 견인됐다.

구청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경고문을 붙여 15일 이내 견인조치 한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원은 전혀 없어 오랫동안 방치된 차량이 많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주민들과 시설관리공단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우리는 조사를 실시하고 다시 시설관리공단에 견인의뢰를 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U-20월드컵 준비를 위해 견인차량 보관소가 비좁은 곳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현재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무료주차장을 주 1회 방문한다”면서도 “인력이 부족하고 범위도 넓어서 쉽게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단방치 차량은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영주차장에 방치된 일부 차량은 시설관리공단측이 경고장을 부착했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