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들은 지하보도에서 멈춘다

전용 리프트 고장난 채 방치. 인도 경사로까지 높아 이동 제약

2017-03-19     최정규 기자

“왜 안 눌리지?”

장애인 차별연대 유승권(39·지체1급)공동 대표와 함께 19일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아중지하보도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휠체어리프트 1호기가 있었다. 유대표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눌러봤지만 묵묵부답이였다. 지하보도 안을 살펴보았지만 관리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옆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기가 있었지만 유대표에게는 뚜껑을 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유대표는 전화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유대표는 또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신호등 너머 인도가 급한 경사로로 휠체어가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대표는 “아중지하보도 휠체어리프트가 고장난 것이 오래된 것 같다”며 “하루 빨리 고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휠체어 리프트 고장도 서러운데 신호등을 지나면 인도 경사로까지 높아 많은 장애인들이 좌절한다”며 “우리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도대체 어디냐”고 하소연 했다.

고장난 1호기 휠체어리프트 외에도 반대편 지하보도에는 한 대의 휠체어리프트가 더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들이 지하보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휠체어리프트가 있는 입구를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아중지하보도 인근에는 장애인 센터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마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많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

덕진구청은 아중지하보도 1호기 휠체어리프트 고장 사실을 파악하고 부품을 수배 중에 있다.

구청관계자는 “빠르면 4월 안에 보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호등 너머 인도 높이도 다시 확인해 장애인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폭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