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대통령’ 국민들은 누구인지 잘안다

2017-03-14     전민일보

헌정사상 첫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끝까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는 지난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혼란과 대립으로 몰아넣었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헌법재판소는 92일간의 심사숙고 끝에 지난 1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했다. 재판장 전원일치였다.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배신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조치였다.

박 전 대통령측은 헌재의 ‘인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헌재 선고와 동시에 ‘자연인’신분임에도 청와대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적어도 마지막에는 대국민 메시지로 국가발전과 위기극복을 위해 형식적이나마 ‘국론통합’을 당부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보이면서 이번에도 언론에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국론통합이 아닌 사실상의 헌재판결 불복의 메시지를 내놨다. 절대다수가 탄핵을 지지한 결과임에도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판결마저 부정한 셈이다.

친박세력과 박사모를 중심으로 다시한번 정치적 부활내지는 영향력 유지를 모색하는 걸까.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강화되고, 4월 경제위기설이 파다한 상황에서 만 4년간 대한민국의 지도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1월 9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안에 반대 발언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들은 기억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정치적 위기감이 감돌자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반대했던 개헌카드로 국면전환을 노렸다. 박 전 대통령의 눈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가. 지난 수개월간 국민들은 참으로 불행했고, 울분의 나날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의 말대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수개월간의 나라를 혼란과 위기에 빠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국민을 위해 청와대를 떠난 그 순간만이라도 사죄하고, 국론통합의 메시지를 당부했어야 했다.

역사는 박 전 대통령을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었지만, 첫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고, 현재의 국민들은‘참 나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라도 후손들에게도 ‘참 나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