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음식 일상화, 상품성 높일 것

어머니 손맛 그대로...8남매 합심 폐백음식전문점 '차연' 열어

2017-02-21     박해정 기자

사라지는 전통방식의 폐백 음식이 8남매의 노력으로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폐백음식의 달인이었던 박복자(1921~2000)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막내인 차경옥(이학 박사, 한식조리기능장)씨를 주축으로 8남매가 의기투합해 전주시 서학동 예술인마을에 ‘차연(전주시 서학동 3길 71번지)’을 열었다.

‘차연’은 ‘차가(車家)의 연회’라는 의미로 어머니 가업을 이어 전통과 미래의 중간 역할을 하는 장소로써 혼례음식, 이바지 음식, 한과·한식 체험을 하는 곳이다.

음식은 어머니 뒤를 이어 혼례음식을 해왔던 큰 언니(차선옥)와 둘째 언니(차계옥)가 주로 도맡아 하며 서울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셋째 언니(차희옥)도 돕는다.

나머지 형제자매들도 경제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 등 각자의 재능을 보탰다. 돌아가신 둘째 오빠의 경우 아들 차유민씨가 식자재 공급을 책임진다.

“점점 사양길을 걷는 폐백음식이 안타까워 어머니의 손맛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우리 집 음식의 특징은 한 마디로 혼례음식의 일상화입니다”

차 박사는 원래 혼례음식은 일상과 동떨어진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먹던 음식을 예쁘게 모양을 잡고 의미를 부여한 음식이라며 혼례음식을 접목한 일상식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혼례음식에 쓰이는 사과 정과를 궁합이 잘 맞는 돼지고기와 한 접시에 내거나 후식으로는 한과를 대접한다.

저녁상에는 장조림을 다져서 완자로 빚어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힘이 돼준 알장조림, 명란의 짬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계란을 풀어 찐 명란젓 등 어머니가 평소 반찬으로 자주 해 줬지만 특별한 음식들을 하나의 요리로 올린다.

차 박사는 “어릴 때는 음식을 배우기 싫었지만 막내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해 배우게 됐다”며 “1998년도부터는 가업을 이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차 박사의 어머니는 전국에서 음식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사례금도 받지 않고 아낌없이 가르쳐 줬다.
어린 나이에 차 박사는 “왜 그렇게 다 알려주냐”는 투정을 부리곤 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배운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을 보태면 그건 또 다른 음식이 된다. 그렇게 전통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음식철학과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담은 팔순 상차림을 보여주겠다던 어머니는 팔순을 몇 달 남기고 돌아가셨다.

이를 애통해하던 가족과 제자들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어머니의 레시피를 계량화해 2013년 ‘의례음식(전라도 폐백과 이바지)’을 발간했다.

차 박사는 “혼례음식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상품화를 위해 요즘 추세에 맞춰 낱개 포장에 상품 개발에 힘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여건이 된다면 혼례음식을 알리기 위한 신행 행렬 퍼포먼스도 벌이고 싶다”고 전했다.

차연의 점심상은 1인 1만5000원, 저녁상은 1인 3만원이며 교육 및 체험은 283-0123으로 문의하면 된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