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호남오페라단 도립 전환 요청

도내 문화예술인 "존립 위해 지자체 나서야" 한 목소리

2017-02-16     박해정 기자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통해 전라북도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데 크게 일조한 30년 전통의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이 재정의 한계로 해체 위기를 겪고 있다.

15일 전북 지역 교수와 문화예술인 1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오페라단을 사랑하는 전국문화예술인 일동의 건의문을 통해 호남오페라단을 전북도립으로 전환해줄 것을 간청했다.

이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호남오페라단이 창단 30년 만에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문을 닫을 처지에 놓여있다”며 “호남오페라단을 도립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것은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를 표방하는 도의 방침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심청가와 춘향가, 흥부가 등 고유문화인 전북 판소리를 오페라 무대로 옮겨 전북을 알리고 문화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며 “호남오페라단이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남오페라단은 1986년 창단해 서울의 김자경 오페라단, 서울 오페라단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유서 깊은 민간 오페라단이다.

‘한국음악의 세계화, 지역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매년 정기공연과 기획공연 3회 이상씩 총 400여회의 공연을 펼치며 전국적인 오페라단으로 성장했다.

전봉준을 주제로 한 ‘녹두장군과 전봉준’, ‘동녘’, 동정부부를 그린 ‘쌍백합 요한 루갈다’, ‘루갈다’, ‘서동과 선화공주’ 등을 지역의 이야기를 오페라화(化)했다. 올해는 ‘정읍사’를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8년 연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최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오페라단은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공로상과 최우수상, 연출가상 등을 휩쓸며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제작비가 3억원 가량 들고 공연마다 2000∼3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동안은 지역 독지가와 공공단체의 후원을 받고 조장남 단장이 사비를 털어 간신히 버텼지만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장남 단장은 “그동안 누적된 결손액이 2억 2000만원에 달해 대학 퇴직금과 교원공제보험 등 사비로 해결했다”며 “후원회장이 공석이고 이사장도 이달 말 임기가 끝나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적 어려움과 고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수준 높고 의미 있는 오페라를 통해 전북 고유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민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