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만 찾는 ‘호남’ 진정성을 담아야

2017-02-08     전민일보

전북도민들은 각종 선거 때마다 언론을 통해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표현을 매번 접하고 있다. 이번 조기대선 정국에서도 어김없이 전북을 방문한 대선후보들은 전북 등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전북도민들의 감성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 같다. 정치인들은 습관적으로 호남의 민심에 구애를 펼치고 있지만 매번 립서비스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내에서도 소외와 차별을 이어가고 있는 전북도민들의 불신은 더 큰 상황이다.

호남은 국가와 민주주의 위기 상황 속에서 항상 빛을 더욱 발휘하곤 했다.

군부독재와 반민주적 행위에 대해 온몸을 내던져 막아내고, 투쟁의 역사를 걸어온 곳이 호남이다. 이런 의미에서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표현은 제격이고, 호남인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정치인들은 참뜻을 새기지 않고 호남의 민심에 도움을 요청할 때만 이 표현을 앞세워 호남인 역할론을 요구하고 있다.

속된 말로 아쉬울 때 만 찾는 게 호남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지역의 시각에서 야권의 약무호남시무국가 표현 자체가 또 다른 지역감정 조장의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호남인들도 믿지 않는 정치적 구호로 전락한 표현은 왜 정치인들은 줄곧 사용하고 있을까.

아직도 그들이 호남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닐지 물어 보고 싶다. 낙후와 소외, 차별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게 호남의 민심이다.

위기상황에서만 호남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고, 정치인들에 펼친 테두리에 더 이상 가두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북은 ‘전북 몫 찾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호남’이라는 테두리에 호남 내 서리의 대접만 받아왔던 전북도민의 상실감이 치유될지 관심사다.

호남 내에서도 미묘하며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고 있다.

전북도민에게 있어 ‘호남=전남광주’에 치우치고 있다는 느낌을 반세기동안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호남 속의 역차별에 대해 전북의 목소리에 더 큰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말로만 호남의 중요성을 역설하지 말고, 진정성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공교롭게도 유력 대선주자들 중 진정한 호남출신은 없다는 점에서 호남인의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6번의 대선에서 충분한 시행착오를 경험했기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커질 수 밖에 없다.

호남의 민심은 진정성과 실행력을 가진 후보가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