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왕의 초상화, 전주서 첫 선

태조·영조·철종 등 4점 어진 모사본 최초로 제작

2016-12-11     양규진 기자

조선시대 태조, 영조, 철종 등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 모사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성돼 특별전을 통해 어진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9일 전주시에 따르면 어진 박물관은 올해 준원전 청포본 태조 어진과 경기전 홍포본 태조어진, 영조어진, 철종어진 등 어진 4점에 대한 모사(模寫)본을 제작했다.

이번 모사본 완성은 시와 어진 박물관이 그동안 기존에 사진으로 전시해 오던 몇몇 어진을 보완하고 관련된 콘텐츠를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어진 제작 사업을 추진해 완성됐다.

경기전 홍룡포본 태조 어진은 전통 초상화가로 잘 알려진 권오창 화백이 모사한 작품으로 경기전 태조어진(국보 제317호)의 복색을 청색에서 홍색으로 바꾸어 그린 것이다.

모사본은 용안을 포함해 절반가량이 소실된 상태로 남아있는 홍룡포본 태조어진(1900년 제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참고해 그려졌다.

준원전 청룡포본 태조 어진은 권 화백이 일제 강점기에 촬영된 유리 원판으로만 전해져온 준원전 태조 어진을 추정해 현존하는 태조 어진 중 가장 큰 화폭에 담아 그린 것으로 사진 속 태조는 검은 수염의 장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새로 제작된 반신상 영조 어진은 1744년(영조 20년)에 제작한 것을 1900년(광무 4년)에 이모한 영조어진(보물 제93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다시 모사한 작품으로 미술해부학 박사이자 얼굴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조용진 교수가 그렸다.

철종 어진은 지난 1861년에 제작돼 현재는 반이 불탄 상태로 남아 있는 철종어진(보물 제149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새로 모사한 것으로 지역 화가인 이철규 교수(예원예술대)가 불탄 부분을 추정 복원해 모사했다.

이러한 4점의 어진 모사본을 공개하는 특별전인 ‘다시 태어난 어진’이 9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에서 진행된다.

두 점의 태조어진은 어진박물관 어진I전시실에 나란히 전시되며, 영조어진과 철종어진의 경우 어진II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특별전에서는 모사본과 함께 어진박물관이 소장중인 태조어진(국보 제317호) 진본도 9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전시된다. 어진박물관은 매년 개관일(11월 6일)에 맞춰 진본을 공개해 왔으나, 올해는 특별전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시기간 중 어진박물관 기획전시실에는 관람객들이 어진 제작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어진을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와 도구, 그리는 과정이 담긴 사진과 그림견본 등을 전시하기로 했다. 또, 전시실 중앙에는 어진을 그릴 때 사용하는 내왕판(來往板)을 갖춰 관람객들이 직접 어진화사가 되어보는 포토존도 마련했다.

김병수 전통문화과장은 “이번 전시는 태조어진 진본과 함께 다시 태어난 어진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을 전통 초상화 제작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양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