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배려 넘친 성숙한 시민의식

키워드로 보는 1203 촛불집회. <1203 촛불은> 00이다.

2016-12-04     최정규 기자

 

지난 3일 2만여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이면을 보여줬다. 믿어왔던 대통령의 배신과 실망을 느낀 시민들은 배려,온정,소통,화합을 앞세워 성숙한 시민의식을 대변했다.
 

▲<12·03 촛불은>소통이다. 촛불 파도타기·만민공동회
  지난 3일 2만여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이면을 보여줬다. 믿어왔던 대통령의 배신과 실망을 느낀 시민들은 배려,온정,소통,화합을 앞세워 성숙한 시민의식을 대변했다.

 
지난 3일 전주 충경로 사거리에는 쓰나미를 연상시키는 촛불 파도타기가 진행됐다. 뿐만아니라 무대위로 올라가 자신의 분노와 의견을 표출했다. 용기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발언자에게 참가자들은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앞에 나서서 용기있는 발언을 하는 등 폭넓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다.
 
오송중학교에 재학중인 유한별양(14)은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 한명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거리로 나오는 것이 창피하다”며 “내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막상 서자 많이 떨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박수를 통해 용기가 생겼다”며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집회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2·03 촛불은>온정이다.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차와 빵 등 제공
 
충경로 사거리 한켠에는 많은 부스가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피켓과 촛불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 중에는 참가자들을 위해 따뜻한 차를 제공하고 배고픈 청소년들에게는 빵을 무료로 나눠줬다.
 
커피를 나눠주던 한 자원봉사자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씨(50·남)는 “날이 풀렸다고 하나 아직은 추운데 따뜻한 차한잔에 몸과 마음이 녹아내려간다”고 전했다.
 
▲<12·03 촛불은>배려다. 집회 후 쓰레기 청소
 
집회 후 거리 쓰레기 청소는 이제 촛불집회의 배려심을 상징하는 문화가 됐다. 본 대회가 끝나고 행진을 하기 위해 일어서는 시민들은 스스로 주변정리를 하고 있었다. 
 
황모씨(33·여)는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를 줍지도 않고 있지만 분노한 우리는 머물렀던 자리와 주변을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며 “모든 시민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학생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쓰레기를 치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12·03 촛불은>풍자다. 촛불 모이면 닭 삶는다.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한켠에는 한 남성이 ‘촛불 모이면 닭 삶는다’는 피켓을 들고 옆에는 촛불을 모아 닭을 삶고 있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정말 재미난 발상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대통령은 의미를 알고 있으려나’ 등의 말을 하며 분노를 웃음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만민 공동회에서는 한 학생이 박대통령의 흉내를 내며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순실이가 감옥에 가있어 지금 연설문을 만들어 줄 사람이 없고 국민들의 혈세로 비아그라를 샀으며, 세월호에서 많은 아이들이 수장당하고 있을 때 저는 7시간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저는 대통령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는 가상의 연설문을 읽었다.
 
▲<12·03 촛불은>떼창이다. 밴드·예술가·시민들 함께 “우리의 목소리는 저항”
 
집회에는 많은 지역가수들과 인디밴드들이 무대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일어나’, ‘불놀이야’등을 열창했다. 행진을 이어 갈 때는 ‘하야송’이 나오자 쉬운가사에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불렀다. 특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노래가 나오자 많은 시민들은 ‘떼창’을 했다.
 
한 시민은 “촛불을 들고 있는 우리 모두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 같다”며 “노래를 통해 우리는 청와대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