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짜리 백지수표?

근거 없이 단체에게도 지원 할 수 있어 도지사와 의원간 유착 등 민의감시 기능상실

2007-06-21     윤동길

“의원님 A4 용지에 하시고 싶은 사업과 예산을 적어주십시오”

도의원 1인당 명목이 정해지지 않은 5억원의 재량사업비가 편성돼 있다며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이 제시한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 편성의 한 사례다.

이 같은 주장이 민주노동당 전·현직 도의원 등 같은 도의원에 의해 제기돼 충격이다.

민노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민의 혈세가 도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 의원 1인당 5억 원짜리 백지수표로 사용되는 것과 다름없어 사실관계 확인이 요구되고 있다. 

민노당 김민아 전 도의원과 오은미 비례대표 등은 20일 전북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예산이 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할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집행부에서 주는 재량사업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폐단을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제7대 의회에서 3억5000만원이었던 의원 재량사업비가 8대 의회 들어 5억원으로 늘었다”며 “일선 시군도 많게는 1억5000만원에서 2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공무원이 ‘의원님들 선거운동하라고 주는 돈이니까 쓰십시요’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곤 했으며 A4용지에 ‘의원님이 하시고 싶은 사업과 예산을 적어주십시요’라며 재량사업비를 활용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은미 의원은 “중앙당 차원에서 재량사업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모 의원의 경우 재량사업비를 자신에게 주면 홍보 해주겠다며 노골적인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주민들에게 골고루 쓰여야할 사업비들이 의원들의 친분이나 인맥 등 다음 선거를 겨냥해 특정 지역, 단체 등에 지원되고 있는 게 문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량사업비의 전횡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도의원 1인당 5억원씩 모두 190억원을 재량사업비로 배정하고 있으며 경북의 경우 5000만원, 경남·전남은 1억원, 제주는 2억원, 광주는 3억원씩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