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선심성 예산 재량사업비 폐지’ 촉구

관행적으로 의원당 5억원의 재량사업비가 소지역개발 및 풀예산 등으로 배정

2007-06-21     윤동길

그동안 포괄사업비와 풀(pool)사업비 명목으로 관행처럼 편성됐던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에 대한 폐지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은 21일 전북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회의 재량사업비 편성은 선심성 예산과 예산 나눠먹기의 전형”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오은미 의원 등은 “재량사업비는 예산명목이 정해지지 않은 맘대로 예산이다”며 “그동안 사용기준이나 계획 없이 쌈짓돈 쓰듯 사용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과 경기, 울산, 강원 등은 재량사업비를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량사업비는 예산편성과 집행의 공개성과 투명성, 민주성에 위배된 선심성 예산이다”고 밝혔다.

민노당 도당이 이날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북도가 편성한 재량사업비는 지난해 166억7000만원 보다 100억원 가량 증가한 262억9000만원에 달했다.

오은미 의원은 “재량사업비는 예산의 우선순위 무시로 분산·중복투자 야기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예산편성 원칙이 무시된 재량사업비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재정법 제36조(예산의 편성) ‘지자체는 법령 및 조례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그 경비를 산정, 예산에 계상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의 올해 예산안 중 도지사 재량사업비를 제외하고 도의원들에게 배정된 재량사업비가 무려 190억원에 달하며 도의원 1인당 5억원의 혈세가 맘대로 예산으로 배정됐다는 것.

오 의원은 “예산을 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편법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방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재량사업비를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의원들의 평가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와 의회의 유착관계 형성과 예산 나눠먹기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며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의 무력화는 물론 줄 세우기 폐단도 우려된다”고 일갈했다. 

민노당 김민아 전 도의원은 “재량사업비는 예산심의에서도 서로 건들지 못하고 있다”며 “재량사업비가 커질 수 록 도의회의 예산심의 권한은 솜방망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지난해와 올해 ‘재량사업비’ 집행 내역에 대해 의정활동과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궁극적으로 폐지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도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1일 정치권 예산 나눠먹기 근절을 위한 원내 5당 공동선언 제안에서 구체적인 지출목적과 배분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