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경영

2016-05-20     전민일보

경영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한다. 상점이나 공장, 농장과 가정을 경영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계획적·체계적으로 운용하거나 관리하는 것이다.

또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람과 물자, 경비를 결합한 독립된 조직단위로 보는 생산조직체·서비스조직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것은 넓은 뜻으로 사용하는 경영이다. 그리고 경영과 흔히 혼동하여 쓰는 말로 기업이 있다. 기업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자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단위로 자본주의경제 체제가 지닌 특유한 조직체이다. 이것은 좁은 의미로 쓰는 경영이다.

요즘 경영이란 말을 여러 곳에 두루 쓰고 있다. 행복 경영이나 미소 경영, 인간 경영, 심지어 교회 경영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하루하루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이른바 생활경영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잘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잘 관리해야 자신이 꾼 꿈을 실현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러 교육시설이나 기관에서 시간을 잘 관리하여 자기를 계발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여 구성원에게 교육하고 있다.

이 세상에 발 딛고 사는 생명치고 아픔이 없는 존재는 별로 없다. 특히 우리 인간은 크든 작든 나름대로 아픔을 거의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가진 아픔을 경영하는 CEO일지 모른다. “봄은 마을 앞 징검다리를 이미 건넜지만 사람 사는 마을 곳곳엔 거미줄처럼 겨울이 달라붙어 있다. 떼어낼 수 없는 추위가 있다. 밤새 저수지에 가둬 둔 물 같은 눈물, 고드름 같은 눈물이 있다. 각자 그 눈물 다스리고 사는 사람들, 우린 누구나 아픔을 뿌리치지 못해 아픔에 대한 주식을 일정 부분 갖고 있다. 늘 아픔을 경영하며 산다.”(졸시: 아픔을 경영하다 일부)

셰익스피어는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고 했다. 몇 년째 인문고전 읽기 수업 시간에 ‘안도현’이 쓴 「연어」를 학생들에게 읽히고 리포트를 쓰게 하고 있다.

자신이 인생에서 만난 폭포와 그 폭포를 어떻게 뛰어넘었는지에 대해 고백하는 형식이다. 이 시간은 강의실이 거의 눈물바다가 된다.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나이를 먹은 만학도는 만학도대로 산이나 바위 아니면 돌멩이 같은 아픔을 나름대로 거의 떠안고 있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상대가 아파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아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아픔에 대해 공감하거나 소통하기 어렵다.

예컨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시를 한편 읽어주면 눈물을 흘리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벽 같은 모습을 보인 학생도 있다. 우리 주위에는 삶이 너무 무거워 숨비소리를 내며 삶을 물길질 하는 사람이 많다. 예기치 않게 찾아 온 고통으로 인해 온 몸과 마음에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으로 가지지 못하고 신체적으로 불완전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가 너무 많다.

이러한 세대에 자신이 앓고 있는 아픔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두 자녀를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20년째 빛 한 점 보지 못하는 중증복합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면서 뾰쪽뾰쪽한 아픔을 여러 번 맛보았다. 그동안 내가 겪은 아픔만 크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주변에 나보다 몇 배 더 크고 무거운 아픔을 당했거나 지금도 그 아픔과 동행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아픔으로 인해 울거나 참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과 함께 아픔을 즐기는 일류인생을 살고 싶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