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부드러운 게 강한 것보다 단단하다

2016-03-02     전민일보

齒再墮而舌尙存

“이는 두 번이나 빠졌지만
혀는 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편집했다는 「설원(說苑)」경신편(敬愼篇)을 보면, 진(晉)나라의 한평자(韓平子)가 숙향(叔向)에게 묻습니다.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단단합니까?”

한평자(韓平子)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 진(晉)나라 육경(六卿) 가운데 하나를 지낸 한선자(韓宣子)이고, 숙향(叔向)은 진(晉)나라 대부(大夫)를 지낸 사람인데, 그런 한선자가 숙향에게 강한 게 더 단단하냐 아니면 부드러운 게 더 단단하냐고 묻는 겁니다.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보다 단단하다는 것은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말입니다. 어찌 보면 아주 엉뚱한 질문인데, 숙향은 자신의 나이가 여든이나 된다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는 두 번이나 빠졌지만 혀는 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齒再墮而舌尙存)

천하에 가장 부드러운 것만이 천하에 가장 견고한 것을 타고 부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유약하지만 죽어서는 말라 뻣뻣하고, 만물의 초목도 갓 자라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어서는 말라 뻣뻣합니다. 이런 것으로 보건대 유약한 것은 살아 있는 무리들이 지닐 수 있는 것이고, 강한 것은 죽은 무리의 것들입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것은 허물어져도 다시 복원되지만, 죽은 것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쇠잔해지고 말기 때문에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보다 단단한 것입니다. 숙향은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하자 평자가 말합니다.

“좋소.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표준으로 삼아 따르고 있습니까?”

“저도 부드러움을 따를 뿐이지요. 어찌 강함을 위하리오!”

“부드러움은 너무 취약(脆弱)한 게 아니오?”

“부드러움이란 질겨서 끊어지지 않고, 맑으면서도 결(缺)함이 없으니, 어찌 취약하다고 하겠습니까?

하늘의 도리란 미약한 것이 이기게 돼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군대가 맞붙으면 부드러운 자가 이기고, 원수진 두 사람이 이익을 다투게 되면 약자(弱者)가 얻게 됩니다.

「역(易)」에 천도(天道)는 가득 찬 것을 덜어 겸손한 것에게 보태주고, 지도(地道)는 가득 찬 것을 변화시켜 겸손한 쪽으로 흐르게 합니다.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害)하여 겸손한 이에게 복을 주고, 인도(人道)는 가득 찬 것을 싫어하며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무릇 겸(謙)을 품고 있으면 유약(柔弱)의 부족함을 천도와 지도, 귀신과 인도가 도와줄 테니, 어찌 그 뜻을 얻지 못할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훌륭한 말씀이오!”

부드럽고 약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 강하고 굳센 사람을 이긴다는 말입니다.

폭풍이 휘몰아치면 꿋꿋하게 서있던 키 큰 나무들은 부러지고 쓰러지지만, 나약하고 부드러운 풀들은 잠시 몸을 뉘였다 곧바로 일어서는 것처럼 말입니다.

홍종원 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