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인생은 조릉(雕陵)의 장자다

2015-12-16     전민일보

噫物固相累二類相召也

“아아, 세상 만물이 본래 서로 얽혀있고,

이로움과 해로움은 서로를 불러들이는구나 ”

사마천(司馬遷, 서기전 135∼86?)이 쓴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따르면, 장자는 송(宋)나라 몽(蒙) 출신으로 칠원리(漆園吏)를 지냅니다. 칠원리는 옻나무를 키우는 정원인 칠원(漆園)을 돌보고, 옻나무 제품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낮은 벼슬아치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얼마 가지 않아 그렇게 하찮은 벼슬조차 그만두고, 죽을 때까지 벼슬살이를 하지 않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하루는 장자가 조릉(雕陵)으로 놀러 갔습니다. 활의 한 가지인 탄궁(彈弓)을 어깨에 짊어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조릉은 밤나무 동산이 있는 곳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인지,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를 따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뜻밖에 이상한 까치 한 마리를 만납니다. 날개가 일곱 자나 되고, 눈도 아주 커서 직경이 한 치나 되는 까치가 남쪽에서 날아와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서는 밤나무 숲에 앉는 겁니다.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 앉는 까치를 보며 “무슨 놈의 새가 저래? 날개는 큰 데 멀리 날지 못하고, 눈은 큰 데 제대로 보질 못하잖아.”하고 중얼거리던 장자는 자기도 모르게 바지를 걷어 올리고 잽싼 걸음으로 까치를 쫓아갔습니다.

쫓아가서는 탄궁을 들고 까치를 쏘려고 하니, 까치도 장자처럼 무언가를 골똘히 노려보고 있는 겁니다.

장자는 탄궁을 든 채 까치가 노려보는 곳을 따라가 보니, 이번에는 작은 앞발을 쳐들고 있는 사마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마귀는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자세히 보니, 매미 한 마리가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뭇잎 뒤에 숨어 있는 사마귀가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매미만 그런게 아닙니다.

사마귀는 사마귀대로, 까치는 까치대로 모두 저 죽는 것은 모른 채 눈앞에 놓인 이득에만 눈이 멀어있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장자는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어 탄식하며 말합니다.

아아, 세상 만물이 본래 서로 얽혀있고, 이로움(利)과 해로움(害)은 서로를 불러들이는구나.(噫物固相累二類相召也)

매미는 그늘을 즐길 줄만 알고 자신을 노리는 사마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사마귀도 매미를 잡겠다는 생각에 빠져 자신이 까치의 밥이 되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까치는 까치대로 사마귀에 정신이 팔려 장자가 쏘려는 탄궁에 맞아 죽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을 얻으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참모습을 잃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황미옥 조각가, 군산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