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뚱

2015-12-07     전민일보

‘짝뚱’은 가짜, 모조품, 유사상품을 의미하는 은어이다. ‘가짜’라는 ‘짜가’가 변한 “짝”과 낮춤말 “퉁”이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우리나라는 ‘짝뚱 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짝뚱을 많이 만들고 많이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하는 ‘짝뚱’규모는 세계 10위정도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에서 “소비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라고 했다. 상품이 가진 가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눌 수 있다. 사용가치는 경제적 효용가치에 따라 형성된 상품 본래 가치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사용가치를 넘어 교환가치가 오늘날 주된 소비개념으로 정착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명 백화점 명품코너는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명품은 예술적가치가 있고 좋은 품질을 지닌 물건이나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물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싼 물건을 소유할 만큼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심리에서 비롯하였다. 이것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우선 피그말리온 효과를 들 수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피그말리온이란 사람이 자신이 조각한 여자 조각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조각상이 진짜 사람이 되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즉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사효과를 들 수 있다. 명품을 소지한 사람은 경제적인 지위와 더불어 높은 인격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비싼 명품을 일상용품처럼 쓰는 사람은 우리나라 상위 1%에 속하는 특권층이다. 미국 사회학자 베블렌은 「유한계급론」에서 미국 부자들 소비 형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한계급에 속한 사람은 값비싼 물건을 남들이 볼 수 있게 과시적으로 소비하여 사회적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형태 ‘베블렌 효과’라 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99%에 속하는 일반인이 명품을 흉내낸 ‘짝뚱’을 찾는다. 우리나라 는 세계에서 특허 출원 건수가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미국은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였다. 현실적으로 IT강국이라 자처하면서도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는 형편이다. 짝뚱을 찾는 사람이 가진 심리 역시 앞에서 살펴 본 명품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지닌 심리와 일치한다.

짝뚱을 선호하는 것은 루키즘(lookism)과 상통한다. 살아 숨쉬는 원형에 대한 갈증이나 갈망을 소거하고 외형적으로 진짜 같이 보이는 짝뚱으로 육신을 치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과시하려는 심리가 고작 명품을 흉내 낸 짝뚱에 머물고 고상하거나 정신적 가치를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고는 허영이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대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을 ‘거짓 합치 효과’라 한다. 즉 비록 짝뚱일지라도 명품과 유사한 것을 소유하면 능력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믿고 위안을 삼는다는 것이다.

물질적 가치에 비해 정신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치전도 현상이 일어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신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이미 우리사회는 경제적 효율성이란 신줏단지를 광적으로 섬기면서 내면적 가치나 정신적 소중함은 뒤란에 쳐 박아둔 깨진 옹기그릇 정도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학기 인문고전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글을 많이 쓰게 했다. 그랬더니 책값이 많이 들고 리포트 쓰는 것이 힘들었다는 불평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정한 명품은 짝뚱 핸드백이나 시계가 아니라 지고지순한 인성이나 인격이라고 일갈하고 싶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