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앞 못 보는 장님이 되었지만

2015-10-16     전민일보

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일찍이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일입니다. 대중을 위해 설법을 하시는데, 제자인 아니룻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겁니다. 부처께서 설법을 끝낸 뒤 아니룻다을 따로 불러 물으셨습니다.

“아니룻다야, 너는 왜 출가해서 도(道)를 배우고 있는 것이냐?”

“생로병사와 근심 걱정이라는 괴로움을 버리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너는 설법하고 있는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만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이냐?”

부처님 말씀에 아니룻다는 곧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꿇어 앉아 부처님 앞에서 맹세했습니다.

“이제부터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부처님 앞에서 졸지 않겠습니다.”

그때부터 아니룻다는 밤에도 자지 않고 뜬눈으로 계속 정진하다가 마침내 눈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은 저러다 큰일 나겠다며 그에게 “아니룻다야, 너무 애쓰면 조바심과 어울리고, 너무 게으르면 번뇌와 어울리게 된다. 너는 극단을 취하지 말고 중도(中道)의 중간을 취하도록 하여라.”고 타이르셨습니다. 공자님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겠지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

무슨 일이든,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아니룻다는 전에 부처님 앞에서 다시는 졸지 않겠다고 맹세한 일을 생각하며 부처님 말씀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룻다의 눈병이 날로 심해지는 것을 보시고 부처님은 의사 지바카에게 아니룻다를 치료해주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아니룻다의 증세를 살펴본 지바카는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니룻다 님이 잠자면서 눈을 쉰다면 치료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눈을 붙이려고 하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부처님은 아니룻다를 다시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룻다야, 너는 잠을 좀 자거라. 중생의 육신은 먹지 않으면 죽는 법이다.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는 것이다. 귀는 소리로 먹이를 삼고, 코는 냄새로, 혀는 맛으로, 몸은 감촉으로, 생각은 현상으로 먹이를 삼는다. 그리고 여래는 열반으로 먹이를 삼는다.”

부처님 말씀을 들은 아니룻다는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러하면 열반은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열반은 게으르지 않는 정진으로 먹이를 삼는다.”

“부처님께오서는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는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차마 잠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차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니룻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마침내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 되고 말았음이다. 그러나 비록 앞을 못 보는 장님이 되었지만 마음의 눈(心眼)이 활짝 열려 부처님 제자 가운데 눈 밝기가 가장 으뜸이었습니다.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