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블랙프라이데이’ 소비자 기만

2015-10-06     고영승 기자

“‘블랙프라이데이’가 뭐예요?”

“시장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한다길래 와봤는데 완전히 속은 기분이네요”

정부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던 전통시장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6일 오후 2시께 전주시 남부시장. 시장 어느 곳에도 ‘블랙프라이데이’를 안내하거나 할인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남부시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만 가득했고 상인들 대부분은 ‘블랙프라이데이’ 의미조차 알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과일장사를 운영하는 신모(59·여)씨는 “시장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지조차 몰랐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서 자연스럽게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만 생각했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 상인들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임모(67·여)씨는 “전통시장 점포들은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고 있어 깎아줄 것도 없다”며 “여기서 더 할인을 하려면 추가적인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통시장의 경우 가격 할인 효과가 크지 않고 추석이 지난 후 할인행사를 해봤자 매출 향상에는 아무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저녁거리를 사러 온 이모(44·여)씨는 “큰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다”며 “가격을 대폭 낮춰야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모(56·여)씨는 “소수 제품만 할인율을 높이고서 최대 몇 퍼센트 할인이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정부 주도 할인 행사여서 그런지 업체들이 소극적인 것 같다”고 정부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소비가 크게 늘고 서민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정작 백화점 등 소수 대형 점포에만 소비자들이 몰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전통시장은 생색조차 나지 않았다.

남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으로 행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은 대규모 유통 할인행사 이벤트는 대형유통업체 쪽에 이익이 있는 것이지 전통시장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 한 곳 당 500만원에 불과한 지원금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행사를 진행하고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영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