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일정한 스승이 없었지만

오서영 전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2015-08-31     전민일보

三人行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공손조(公孫朝)라는 위(衛)나라 대부가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에게 “공자는 도대체 누구한테 배웠습니까?”라고 묻자, 자공이 “누구한테나 배우지 않았겠습니까? 또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었겠습니까?”라고 대답합니다.

공자는 일정한 스승이 없었지만 스승 아닌 사람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는 모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보고 배워서 위대한 인격을 이룬 사람으로, 그 자신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焉)

세 사람(三人)이 함께 길을 가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그들 모두가 나의 선생이 된다는 말입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물론 나의 선생이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도 나의 선생입니다. 어떻게? “현명한 사람을 보면 그와 나란히 될 것을 생각하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속으로 자신을 돌아보라.”고 한 것처럼, 나보다 나은 사람한테는 그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한테는 그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으면 됩니다.

남의 어리석음이나 나쁜 면을 보고, “저렇게 어리석지 않아야지. 저렇게 나쁘지 말아야지.”하고 자기를 반성하라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또한 죽은 글공부를 하는 데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관찰하면서 남의 옳은 점은 배우고 옳지 못한 점은 거울삼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주 평범하게 들리는 말로,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모두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종의 오만한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존경하고 본받아야 하지만 오만한 심리가 작용해서 마음속으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그래도 자기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되고,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더 낫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나도 크다. 달빛 아래서 그림자를 보니, 보면 볼수록 자신이 위대하게 보인다.”고 허세를 부리는 겁니다.

누구나 스승으로 삼으라는 공자의 말은 평범해 보이고 별 어려운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깊이 음미해보면 이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우리는 알랑거리며 아첨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말하는 사람을 멀리합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비웃고, 진실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적으로 여깁니다. 남의 장점을 보고 진실한 마음으로 배우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은 늘 남한테서 배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