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맞은 팽목항

2015-04-05     윤복진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다되어가는 진도 팽목항.

지난 3일 본 기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찾았다.

팽목항에 도착하자마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설치한 분향소를 먼저 들렀다.

가로 6m 컨테이너 두 개를 이어 만든 건물인 분향소에는 참사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전 교감까지 모두 304명이 모여 있었다.

분향소에는 7줄로 희생자 명패와 손바닥만 한 영정 사진이 한쪽 벽면에 빼곡히 채워져 있으며 실종자들 이름 옆에는 “엄마는 너를 끝까지 기다릴게.” 등 얼굴 사진 대신 그리움에 사무친 짧은 글귀로 사진을 대신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당시 발디딜 틈 없이 몰렸던 취재진을 비롯해서 자원봉사자도 모두 빠져나간 현재 팽목항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흘렀으며 간간이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분향소를 나와 ‘기다림의 등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팽목항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방파제의 끝에 ‘기다림의 등대’라고 불리는 붉은색 원통형 구조물이 실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파제에 접어들자 아이들이 평소 좋아했던 바나나와 과자, 음료수등이 놓여있는 탑 철판위에 마구잡이식으로 “넘보고 싶다! 우리 애기들 다올때까지 기다릴께 꼭꼭꼭 차가운 물속에 있는 내새끼들”이라고 적혀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통과 좌절, 애절한 글 등이 적혀있는 현수막이 폭 7m 방파제 좌우에 즐비하고 난간 줄에는 갖가지 사연들이 적혀있는 노란 리본들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대부분 빛이 바랬지만 매단 지 얼마 안 된 것도 눈에 띄었다.

왼쪽 난간 중간쯤에 어른 손바닥만한 직사각형 타일들이 네 줄로 길게 붙어 있었다. 타일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글귀와 그림이 새겨졌다. 문인들과 희생자 가족 등이 ‘천 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란 추모 작품을 제작 중이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 이영숙씨 등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은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노란리본이 가득한 방파제 난간에 기대어 간절히 기도를 올리거나 무표정 한 얼굴로 바다만 바라보는 일이 하루일과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은 “내 아이가 꼭 돌아 올거다”라는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었다.

이날 만난 유족들은 “시신이나마 수습한 유가족들이 부럽다”면서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 빨리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며 실종자들이 돌아올때까지 국민들도 한 마음으로 기다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어 “유가족들이 얼마 전까지 정신이 나간 사람들처럼 때론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등 2014년 4월 16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유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날 줄 모르는 팽목항에서의 기다림은 이날도 이어지고 있었다.

윤복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