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톡스의 해

나카무라 에미코 통역가

2014-12-22     전민일보

가끔 강의 요청을 받아,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 나는 일본사람이지만, 가능한 한 일본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 온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최근의 일본 사정과 문화에 대해서는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잘 알 것이다. 오히려 내가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정도다. 강의에 나가면 나는 자신이 여기서 살면서, 느끼고 생활한 것을 중심으로 말한다. 그리고 후에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질문의 시간을 무지 좋아한다. 현재의 한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을 나도 직접 알고 싶기 때문이다. 실은 그러한 장소에 일본사람인 내가 가면, 꼭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독도는 어느 나라 것이라고 생각합니까?”의 질문이다.

물론 내 강의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앞에 일본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조건반사가 되고 머리에 그 말이 떠오르는지, 어딜 가도 반드시 누가 묻는다. 나는 그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질문자에게 돌린다. 지금까지 이 대답에 관해서, 학생으로부터 반발을 받은 적도 없고, 학교로부터 불평이 나온 적도 없다. 이 질문 때문에 내가 강사로서 곤란한 일도 없다.

그런데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무엇인가 분위기가 변했다. 강의 때, 아무도 그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 평상시라면 누군가가 웃으면서 손을 올릴 텐데. 그 사고는 그 때, 한국인으로부터 자신감과 의욕, 그리고 다른 나라까지 생각할 여유를 빼앗은 것이 아니었을까?

왜 그런지 2014년은 그 후에도 계속 큰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사람들 모두에게 힘을 빠지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번 폭설이 내린 날, 대학교에 특강하러 나갔을 때의 일이다. 몇 번째의 질문으로 어떤 학생의 입으로 “독도는 어느 나라 것이라고 생각합니까?”가 나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아, 좋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은 역시 이 정도 말할 수 있어야지. 다른 사람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감각이겠지만, 오래 여기서 산 나에게는 한국사람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간신히 그 질문을 발표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사람의 파워레벨이 회복됐다고 느끼며 기분좋게 고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그 후 바로 일어난 사건이 “땅콩 회항”이었다. 아무래도 2014년의 한국은 쌓인 고름을 짜는 해였던 것 같다.

바로 데톡스(Detox)의 해이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이 안전면을 비롯하여, 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한 해에 이만큼 많은 문제가 나왔으면, 2015년은 얼마나 좋은 해가 될 것인가? 미용을 건강을 위해서도 먼저 데톡스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