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없는 위기관리 매뉴얼 '있으나 마나'

정부의 각종 대응매뉴얼 33개에 달하고 있으나 상시적 훈련 없어 공무원들 감감

2014-04-21     윤동길 기자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자 정부와 자치단체가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매뉴얼상 비상·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하지만 매뉴얼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가상훈련 등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주요상황 등 각종 상황에 대비한 위기관리 대응을 위한 표준 매뉴얼이 3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풍수해와 지진, 대형 화산폭발 등은 소방방재청에서 주관하고, 나머지는 국토부와 산림청, 환경부, 안행부 등 전 중앙부처별로 따로 매뉴얼에 따른 대응체계가 갖춰진다.

재난상황에 따른 표준매뉴얼은 자연재난 3개, 사회재난 22개 등 25개 이며, 항공기사고와 문화재사고 등의 경우 표준매뉴얼이 아닌 실무적인 매뉴얼로 구성돼 있다.

전북도와 시군 자체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은 없다. 지역마다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중앙부처에서 획일적으로 마련한 표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셈이고 있다.

세월호처럼 대형 해양 재난사고의 경우 해양경찰에서 주관하고, 소방본부와 지자체는 측면 지원하는 수준의 매뉴얼이 마련된 상태다.

특히 전북은 1993년 292명이 숨지는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를 겪었지만 이듬해인 1994년 제작된 백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정도로 자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위기상황을 가정해 33개에 이르는 표준·실무 매뉴얼이 마련됐지만, 공무원들이 이들 매뉴얼에 따라 실질적인 훈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표준매뉴얼과 관련된 부서의 공무원들에게 대응 매뉴얼에 따른 가상 훈련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이 매뉴얼 존재사실 자체도 몰랐고, 알아도 훈련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의 경우 소화훈련,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자체 비상대응훈련계획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훈련은 거의 없었다.

도의 한 관계자는 “나도 오늘 33개의 대응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매뉴얼만 있을 뿐이지 공직생활 내내 매뉴얼에 따른 가상훈련 등을 한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