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벌써레임덕, '나도얼마남지않았어?'

2013-12-01     한훈

“X발 X같네…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누군 성질 없어서 참고 있는지 알아…”


흔히 술자리에서 볼 수 있는 취객의 폭언이 아니다. 전북도청 전략산업국 A모 과장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본지의 부정적인 기사를 접하고 출입 기자에게 한 폭언이다. 개인적인 공간도 아닌 직원들이 근무 중인 사무실 안이었다.


A과장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공직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수차례 고성과 욕설은 물론 출입기자 앞에서 서류까지 집어 던졌다. 종합행정기관인 전북도의 중간간부 공직자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당혹스러웠다.


본지는 지난 달 29일자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위탁기관 선정과정의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상식적인 틀에서 보도했다. 하지만 A과장은 비판적인 기사는 수용할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건전한 비판과 수용은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수도 있고, 김완주 지사가 항상 강조해온 ‘소통행정’의 기본이다. 그러나 A과장의 모습에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 부정적 기사는 어떤 형태로든 수용할 수 없다는 억지만이 그에게 비춰졌다.


최근 도청 직원들의 성추행과 뇌물수수, 내기골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불거졌다. 이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돼 전국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급기야 김완주 지사가 공직기강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과장의 욕설과 고성은 김 지사의 주문이 도정에 제대로 스며들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을 빌미로 도정을 좀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과장은 공직생황이 얼마 남지 않음을 강조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둬야 한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만큼 정리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A과장의 발언의 이면에는 더 이상 누구에 잘 보일 필요가 없거나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행태가 도정 전반의 모습이 아닌지 도 수뇌부가 한 번 쯤은 재점검 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김 지사의 레임덕에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