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 신뢰 금갔다

중국산 콩으로 기른 콩나물, 국내산 친환경농산물 둔갑..익산 업체, 초중고 납품 4억여원 부당이득

2013-07-24     김병진


중국산 콩으로 재배한 콩나물이 친환경 농산물로 둔갑하면서 친환경인증 신뢰도에 금이 갔다.


익산경찰서는 23일 중국산 콩으로 재배한 콩나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학교 급식 등에 대량 판매한 혐의(사기 등)로 익산의 한 콩나물재배업체 대표 최모(3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국산 콩으로 만든 콩나물이 학교 급식에 쓰여=최씨와 그의 아버지(75)는 지난 2003년 자신들이 재배하는 콩나물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품원)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한 콩은 수입업자들이 들여 온 중국산 콩이었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 등을 토대로 이들이 200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익산·군산 105개 초·중·고교와 농협 하나로마트에 ‘친환경 인증 콩나물’ 190t 가량을 납품해 4억13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실상 대부분 학교 학생들이 친환경 인증 콩나물인 줄 알고 먹은 셈이다. 현재 익산시는 매년 16억원의 예산을 친환경 급식지원에 쓰고 있다.


▲대충 이뤄지는 친환경 인증 갱신=해당업체는 콩나물의 원료인 콩에 대해 ‘무농약 친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현행 각 농가는 ‘친환경 인증-무농약’의 경우 2년마다 실사를 통해 갱신해야 한다. 이에 농품원은 실사를 했지만 이 업체의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익산시청은 단 한차례의 현장실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품원 익산지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27일 검사원들이 친환경 인증 갱신을 위해 해당 콩나물 업체를 불시 방문했다. 그러나 업체는 위생상 문제로 검사원들의 공장 출입을 1~2시간 지연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직원들을 통해 원산지 조작이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이에 대해 농품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농품원 관계자는 “사법기관이 아닌 인증기관으로 고령의 농부들을 상대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강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 익산 700여 친환경 농가의 농품원 인증 갱신 실사 전담인원은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 농품원이 실사를 나갈 땐 타 부서 인원을 보충 받아 30분~1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든 검사(수질, 잔류농약, 거래장부, 원산지 육안확인 등)를 마쳐야 한다.


결국 익산시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의 안일한 친환경 인증 농산물 관리 탓에 소비자들은 중국산 콩을 친환경 국내산으로 알고 속수무책 속아야만 했다.


익산경찰서 선원 수사과장은 “다른 친환경 농산물도 같은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익산시청,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의 관리감독상의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