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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불통, 법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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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불통, 법원의 두 얼굴
  • 임충식
  • 승인 2012.08.29 0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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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사회 각 분야 대표 12명과 법원관계자 4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시민사법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시민사법위원회’는 시민들이 사법행정에 참여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다. 법원과 시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이날 김병운 전주지법원장은 “법원은 가족처럼 따뜻하고 친구처럼 가까이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하는 법원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면서 “오늘 발족한 시민사법위원회는 앞으로 국민의 편익 증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창립총회가 끝난 지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아, 법원장의 이 같은 말이 무색해질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께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법원 기자실로 찾아왔다. 다소 격양된 모습의 할머니는 기자들에게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랬다. 이혼소송 중인 할머니한테 최근 법원에서 서류가 날라 왔다. 남편 재산의 압류를 해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연유인지 알고 싶어 법원 민원실을 방문한 할머니는 직원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법원 본관으로 올라가세요”라는 무뚝뚝한 담변. 싸늘한 말투는 그렇다 쳐도, 얼굴을 보지도 않고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몸을 이끌고 법원 본관 민원실을 올라갔지만 거기에서도 “왜 여기로 오셨어요. 법원 민원실로 가세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유를 자세히 알려주는 직원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2시간을 허비한 할머니는 결국 기자실을 찾아 왔고, 법원 직원들을 저주(?)하는 말을 쏟아냈다.

법원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일반인들에게 법원은 여전히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에 위축감마저 든다. 실제로 법원을 찾은 한 민원인인 “일반 행정기관을 방문할 때와 그 마음가짐부터 다르다”고 전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법에 대한 무지, 세분화 돼 있는 민원시스템의 이해 부족 등등.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원인 대부분이 불만과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법원도 잘 알고 있다. 역대 법원장 취임사에서 항상 ‘신뢰받는 법원,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만들기’를 외치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직원들의 미소와 친절함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날 할머니에게 법원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시민과의 벽을 낮추겠다“는 법원의 말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직원들의 따뜻하고 친절함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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