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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오호(嗚呼)~ 통제(統制)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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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오호(嗚呼)~ 통제(統制)라’
  • 윤동길
  • 승인 2012.04.25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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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쓰실 건데요?”


요즘 도청 출입기자라면 취재 과정에서 하루에 한번쯤은 취재원(공무원)에게 들어보는 말이다. 기자의 자료요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사작성을 위한 것이다.


때문에 활용도를 묻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 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날에는 꼭두새벽부터 전화벨이 여지없이 울리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면 비판기사에 대한 항의는 뒷전이다. 


 ‘자료는 누가 줬는지, 기사에 나오는 발언은 누가 했는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등 정작 중요한 기사의 팩트(Fact) 확인 보다는 취재원 색출(?)에 주력하기 일쑤이다.


도의 한 6급 공무원은 “언론에 비판기사가 나는 날에는 새벽부터 과장님을 통해 국장님의 전언(?)이 하달된다”며 “취재원내지는 자료유출 경로를 파악해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보도되는 것 자체가 싫은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취재원 색출작업이 대대적으로 자행되니, 홍보자료마저 언론에 기사화 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과장들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해 기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도청이 갈수록 경직화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도의 한 중견간부는 관선시대에도 보기드믄 조직분위기다고 혀를 찬다. 40대의 젊은 국장들이 수뇌부의 질타를 의식한 과잉 대응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또 다른 중견 간부는 “김완주 지사는 연일 간부회의에서 주요 시책과 정책을 도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강화를 주문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비판을 의식해 해당 국장들이 100% 홍보자료가 아니고서는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예, 일부 국장은 기자들과 접촉 자체를 기피하고 있어 도청 출입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국장부터 대언론 기피현상을 보이니, 고구마 줄기처럼 그 밑으로 자연스럽게 모두 기피하기 마련이다.


언론에 대한 통제 아닌 통제가 시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대언론 채널의 단일화 측면에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건전한 비판마저 거부하는 조직풍토는 경직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 아쉬울 따름이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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