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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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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 김민수
  • 승인 2006.10.10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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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김양옥
/한국스피치&리더십컨설팅대표

우리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내 어릴적에 체험한 아름다운 추억이 섞여 있는 고향! 내 나이 쉰네살에 찾는 고향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추석이 돌아오면 보리밥을 먹다가도 햅쌀을 준비하고 이집저집에서 파란 연기를 내뿜으며 음식장만하는 풍성한 장면! 추석날에 동네마다 농악을 준비하여 막걸리 먹으며 구성지고 흥이 난 농악대, 윷놀이하며 무릎을 치던 어른들, 개구쟁이들은 새 신발 새 옷을 입고 코스모스 꽃길에서 뽐내며 자랑하던 모습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이를 한살 두 살 더 먹을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지는 것 같다. 고향을 가졌던 사람에게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아있어 되살아 난다고 한다. 

가람 이병기 선생님은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살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가장 아니 그리운가……”라며 향수를 달랫다. 노천명 시인은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라며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했다. 

누구나 나이가 먹을수록 고향을 그리워 하기에 고향에서 노후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많은 것 같다. 누구나 딱히 말할 수 없지만 포근하고 안락한 그 무엇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고 그저 기대고 싶고 추억에 젖고 싶을 뿐이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에게는 그 마음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명절이 오면 고통스런 고향길을 되풀이 하면서도 애써 고향을 찾는 것이다. 

지금은 내 고향 장수의 모습도 예전 그 모습이 아니다. 인정스럽고 포근하게 맞이해 주던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 네 것 내 것없이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고 형님들과 어른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명절이 되면 더욱 보고 싶고 그립다. 자식들을 위해 너무나 일을 하셔서 여자의 손이 아닌 발바닥같이 굳은 손으로 만든 음식이지만 너무나 맛있었다. 자식을 위해 “식혜, 조청, 떡, 과일” 등을 내놓으시던 어머니! 자식이오면 먹일려고 숨겨놓았다가 살짝 가지고와서 자식을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모습……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어머니가 없는 추석은 나를 우울하고 눈물을 나오게 한다. 관절로 고생하시면서도 장애인의 아들을 둔 어머니로 가슴에 한이 맺혀 “가슴회피”의 병이 있다는 내 어머니가 없는 추석은 너무나 어린시절이 그립다. 나는 “어머니가 바라던 아들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하고 있으며 꿈속에서라도 어머니를 자주 보고 싶다”고 기도했다. 또한 “앞으로 모든 자손들이 잘 되기를 어머니께서 도와주고 있지요?”하며 영혼인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 

‘자식은 도시에서 찌들고 부모는 시골에서 시든다’, ‘장자(壯者)’에 ‘샘물이 마르면 고기들이 침으로 서로를 적셔준다’고 했다.
올해 추석은 윤달이 끼어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고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고향에 와보니 더욱 마음 설레이게 한다. 둥근달처럼 둥근마음으로 가족과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날이 추석이므로 찌들고 미워했던 마음을 날려 보내고 서로서로 용서하고 칭찬하고 도와주며 살아보자. 

나이 쉰이 넘었어도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부끄러운 기억, 사춘기의 기억 등으로 잠못이루던 사연들로 추석만되면 다 용서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변한 세상사……

이번 추석은 하루밤이상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사람이 44%로 10여년동안 최고 높다고 한다.
현대 문명속에 매마른 명절이 되었지만 우리 기성세대들은 자라나는 자녀들의 감성과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풍요로운 고향을 익히고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인간미가 넘치고 풍요가 있고 넉넉함이 있고 겸손이 있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자.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했던 형제자매, 친구들은 없는지 둘러보고 무심함을 탓하기전에 내가 먼저 안부를 묻고 그립다고 말하며 고향에서 만나자고 하자. 얼마나 아름다운 여행인가, 얼마나 값이고 알찬 고향방문인가! 고향은 삶의 풍요로움이 있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포근하다. 

잠시 시름을 달래고 옛정을 나누는 고향이 있기에 새힘을 얻어 미소띠며 즐겁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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