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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피는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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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피는 꽃은
  • 전민일보
  • 승인 2010.04.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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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꽃의 달이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꽃의 달이다. 조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꽃은 4월 한 달 동안에 거의 다 피고 그리고 거의 다 져버린다.
 세상에서 꽃보다 더 아름답게 왔다가 황홀하게 져 가는 목숨도 드물 것이다.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보면서 한가닥 유감이 없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승용차 깊숙한 뒷자리에 목을 묻은 이들의 가슴이나. 꽃그늘 아래서 진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산골 아이의 가슴에도 어떤 슬픔과 고독은 서릴게다.
 비록 느껴지는 슬픔과 고독의 모양과 빛깔은 다를지 모르나 꽃의 달에 느끼는 인간사라는 공통성은 마찬가지리라. 천부의 지혜와 영광의 상징인 솔로몬의 그것들과도 비길 수 없다는 한 송이 꽃의 지혜와 영광의 자유를 볼 때. 결단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없음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틈날 때 마다 심산유곡을 찾아들어 개구리. 도룡뇽을 잡아먹으면서 오래 살겠다고 안간힘 쓰는 사람들이나 독사. 지렁이를 구입하여 먹는 사람들이라도 문득 눈길 던져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꽃에다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게다.
 내가 살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한걸음만 물러서서 자기 모양을 바라본다면 몬도가네(Mondo.cane)의 추태까지 사양치 않으려면 오래 살기보다는 순간을 살아도 제 모습을 잃지 않는 꽃처럼 사람답게 살다가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도 느끼게 되리라.
 그리고는 지금의 자기 모습이 얼마나 고독하고 불쌍한 몸부림인가를 부끄럽게 느낄 수도 있으리라. 만약 한줄기 눈물까지 흘릴 수 있다면 그에게는 아직 구제가능한 수준의 그루터기가 남아 있는 것이리! 슬픔이나 고독은 감정의 사치가 아니다. 슬퍼해야 할 일에 마땅히 슬퍼할 줄 알고 고독 할 때 고독할 수 있다는 것은 진실로 사람다움이며 양심에 순종하는 갸륵함일 게다.
 “비누는 몸을 씻어주고 눈물은 마음을 씻어 준다” 는 유대의 격언처럼 꽃의 4월. 한번쯤 슬픔과 고독으로 마음을 씻는 것도 보다 사람다워질 수 있는 길이 되리라.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보면서 마치 수풀 속 정갈한 슬픔과 고독이 우리 가슴에 서려 괼 수 있다면. 그 생수로 마음의 때를 씻을 수 있을 게다. 그럴수만 있다면. 우리 주변은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으랴.
가신 이들의 허덕이는 숨결로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꽃”이라 제목 한 미당(未堂)의 시구이다. 정녕 피어 흐드러지고 그리고 비바람에도 황홀하게 질 줄 아는 꽃의 생리는 분명 자연의 섭리지만 인간의 관여가 없을 수 있는가. 비록 해마다 반복되는 섭리라 할지라도 그 섭리를 타고 인간의 역사는 이루어져 왔지 않는가?
 모든 꽃들은 저 홀로 무심히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가신 이들의 더운 숨결과 목청과 몸짓대로 피는 것이리. 정녕코 우리의 산하에 피고지는 꽃들도 5천년 우리 역사의 고통스럽던 시기마다 꽃같이 숨져 간 무수한 충심 (忠心)들이 다시 살아오는 그 모습임에 분명하리. 꽃 지는 가지 아래 서보자. 웬지 가슴 가득히 슬픔은 차오르고 슬픔의 물위에 꽃잎은 낭자히 떨어져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는 우리의 핏줄을 타고 실핏줄을 타고 전신으로 흐르는 무었을 느낄 것도 같다.
 4월 한 달 동안 우리 곁에는 꽃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는 특혜와 교훈의 달이기도 하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꽃다운 단심 (丹心)을 보여 준 선인들의 공헌도 클 것이다.  가신 이들의 헐떡이는 숨결로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자기 모습을 돌이켜보는 슬픔과 고독으로 마음의 때를 씻어봄직도 하다. 그리하여 40여년 전의 함성. 우리의 혈관에 새로운 역사의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저 4월의 함성의 의미도 새롭게 되새겨 봄 직하지 않는가?    

허성배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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