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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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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사랑이야기
  • 전민일보
  • 승인 2010.04.0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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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아침, 날씨가 우중충하여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창밖을 바라보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난 한 노부부가 생각났다. 노부부는 등이 약간 굽어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하게 보였다. 80은 족히 넘은 연세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두 분은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은 그리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마도 손주들에게 과자 사주려고 모은 꼬깃꼬깃한 용돈을 정성스럽게 넣어둔 빛바랜 얇은 지갑이 들어 있을 것이고, 찬 공기에 대책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손수건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하나 더 가진 것이 있다면 할아버지 콧물 닦아드릴 화장지가 들어있지 않을까?
  저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 것인가는 손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노부부의 작아진 키와 왜소해진 몸매가 말해주고 있다. 세상 풍파와 부딪히면서도 서로 의지하고 아껴주고 사랑한 애틋함이 깃들어있다. 남편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이미 준비하고 기다리는 부인의 모습이 엿보였으며 아내가 힘들어할 때 손잡아 위로해 주던 남편의 모습이 나타난다. 저 노부부의 결혼생활이 그리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마냥 행복한 날만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살아온 그 길들을 돌이켜 보면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날들보다는 애틋한 삶의 땀과 고뇌가 베인 날들을 더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고 맛이 아닐까 싶다.
  저 노부부가 지금 검은 머리 백발이 될 때까지 손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걸을 수 있는 것은 저분들만의 사랑이야기이며 삶의 향기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기간이 그리 짧은 세월만은 결코 아니다. 한 생애를 저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나는 저 노부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생각해본다. 저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이 다음 더 아름다운 뒤안길을 만들어 놓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풋풋한 사랑을 꽃피울 멋진 장소도 많고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격려의 눈빛을 보낸다. 그래서 쉽게 사랑을 이룰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혹자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고귀한 것이다. 고귀한 사랑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랑은 인내가 필요하다. 사랑은 배려하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삶 가운데에서 사랑 말고 더 귀한 것이 또 있을까?
  성경말씀처럼 사랑은 오래참고,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시기하지도  아니하고 무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사랑은 모든 것을 감싸주고 믿어주는 배려의 열매를 잉태한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바란다. 참 사랑의 청순한 열매가 열릴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다하여 사랑할 것을……
  나는 자기의 몸 하나 지탱하기도 자유롭지 못한 저 노부부가 맞잡은 손에서 강력한 힘을 느낀다. 파란 만장하던 젊은 시절의 풍파도, 세찬 삶의 고통 또한 저 맞잡은 손의 힘으로 이겨냈음을 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맞잡은 손,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전하는 강력한 기를 느낀다. 부부는 그저 늙어갈 수록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주는 강력한 흡착력을 지닌다. 서로가 등을 맞대고 앉아 있어도, 양지 뜸 밝은 자리에 평상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기만 해도 그저 행복하기만 할 저 분들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참 사랑이야기가 온 세상에 널리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원하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 나이에 이르렀을 때 모두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밝혀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김한수 / 전주삼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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