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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不二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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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不二門)
  • 전민일보
  • 승인 2010.03.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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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사육신(死六臣)공원의 불이문(不二門) 너머에는 7기의 무덤이 있다. 사육신(死六臣) 외에 논란이 된 김문기의 무덤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사육신은 남효온이 썼다는 [육신전(六臣傳)]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사육신과 같은 뜻을 가지고 죽은 이들은 많다.
정조(正祖)가 장릉(莊陵) 배식단에 추향할 인물로 31인을 선정하고, 별단에 190인을 따로 추모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사육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성삼문이 세조(世祖)에게 말했다는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의 기록을 보면 선비의 기개가 무엇이고, 조선이 왜 사대부의 나라인지 알 수 있다.
 “나으리가 평소 곧잘 주공(周公)을 들먹였는데 주공도 이런 일이 있었는가”
 사육신에 대한 재평가는 실록에도 나와 있듯이 ‘후대의 충신’이라 했다는 세조 당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실록은 그들을 영락제(永樂帝) 앞에서 ‘燕賊簒位(연적찬위)’를 쓰고 문하생까지 10족이 멸족당한 방효유(方孝孺)와 비교한다.
이설이 있지만, 어머니가 고려인이라는 영락제는 불편했던 조선과도 우호적 관계를 설정했고 능력 또한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의 패륜은 세월이 흐르면 잊혀 지겠지만 나의 위업은 역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것이다.”
 그는 콜롬부스 보다 시기적으로는 87년 앞서고, 배 1척의 규모는 최소 4배 이상 컸다는 정화의 대함대를 소말리아까지 원정을 보냈다. 1차대전 발생 전까지 500년간 이 규모의 함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자금성(紫禁城)도 그의 업적이다. 시황제, 한무제, 당태종, 원세조와 비견될 만한 인물인 것이다.
 대군(大君)시절 신숙주와 영락제릉을 참배한 조선의 세조 역시 아버지 세종을 이어 문물을 정비하고 백성의 어려움을 함께 한 애민군주로 평가된다. 
 방효유와 사육신에 대한 평가가 시대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백성들에게 황제나 왕이 누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기본적인 물음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10족이 멸족 당하는 상황 속에서 방효유는 무엇을 지키고자 했을까?
 아들, 손자는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와 처 그리고 출가 전 딸은 공신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현실 앞에서 사육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또 무엇일까?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크로체의 말대로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현실을 바라봄에 있어서 오늘의 시선이 아닌 역사적 상황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무용함을 합리화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자본주의 현실을 보고 마르크스가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크로체가 얘기하는 현재의 역사가 아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산업혁명 초기의 자본주의 현실은 단순한 과거가 아닌 역사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오늘날 자본주의가 살아남은 것은 마르크스 때문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모순으로 얼룩진 자본주의에 건강성을 부여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방효유와 사육신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에 대한 존경은 건문제(建文帝)나 단종(端宗)의 충신이어서가 아니라 ‘시대의 양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피가 아니라면 역사의 건강성을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불이문(不二門) 너머에는 누군가 피워 놓은 향이 있다.

장 상 록  /  완주농기센타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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